지극히 미국적인..

미국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김 정아 2005. 1. 14. 03:22

2005년 1월 11일 화요일

작은아이는 워낙 책 읽는 것을 좋아해 매주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온다.

 

그런데 오늘은 우리 지역 도서관에 가고 싶어했다.

아이를 차에 태워 막 골목을 빠져 나오는데 내 차를 보더니 어느 여자아이가 뛰어 나와서 길을 막으며 뭐라고 한다.

 

차를 세우고 창문을 여니 친구 집에 가야 하는데 자기 차가 없으니 좀 데려다 달라고 한다.

 

자세히 보니 언젠가 우리 집에 와서 친구 집까지 좀 데려다 달라고 애원했던 아이다.

 

도서관 가는 길과 비슷해 아이를 태워주었다.

 

고등학교 3학년인데 러시아에서 태어나 아주 어려서 미국으로 건너 온 아이다.

 

언제 한번 러시아에 가 볼 것이냐고 물었더니 아이를 낳고 가 볼 것이라고 한다.

 

아니 , 이것은 또 무슨 말인가?

 

지금 임신 중이란 말인가? 그런 말을 나한테 아무 부끄러움 없이 하고 있단 말인가?

 

뒤통수로 얻어맞은 듯 머리가 멍해 왔다.

 

하긴 여자 고등학생들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학교 육아방에 맡기고 수업을 받는 아이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경우와 비슷하다는 이야기인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가지만 또 여기는 미국이기도 하다.

 

미국에선 가능한 이야기 일 것이다.

 

내 아이들이 이곳에 살면서 제발 이런 환경에는 노출되지 않고 살아갔으면 좋으련만!

 

오늘 아침엔 큰 아이가 한마디 한다.

 

"엄마 오늘 우리 학교 버스 기사 아줌마가 이혼하러 법정에 가서 다른 기사가 온데요"

 

"그런 걸 네가 어떻게 알어?"

 

"기사 아줌마가 학교 버스 타는 아이들에게  다 말해 주었어요. 그리고 학생 휴대폰 빌려서 애인한테 전화도 했어요!"

 

물론 이혼이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감출일도 아니지만 한국과 다른 문화에 난 또 한 번 당황했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CNN뉴스를 틀어 놓고 있는데 방송 중에 '현대' 광고판이 크게 나와서 찍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