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오랜만에 젊은 친구와

김 정아 2023. 8. 23. 21:31

2023년 8월 19일 토요일
 
가게를 하기 전에는 주위에 친구들이 참 많아서' 조용한 마당발'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세라피아, 우리 가게에 사람 필요한데 적당한 사람  있나 좀 알아봐줘" 라든가
'세라피아 , 몇 달 후에 아는  엄마가 아기를 낳는데 산후조리 도와 줄 사람 찾는데 누구 아는 사람있어?" 등등 나한테 구인 광고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
오지랖 넓은 남편도 " 그 친구 요즘 어떻게 지내?" 하고 물으면 " 애가 요즘 많이 아팠데  " 등등 바로 바로 대답을 해 주었다.
오늘은 이 친구 모임, 내일은 저 친구 모임, 이런 저런 바쁜 중에 골프도 쳐야 해서 일주일이 후다닥 지나갔고 아줌마들과의 영양가 있는 수다로 미국 생활에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그런데 가게를 하고 부터는 내 생활 반경이 가게에서 집으로 한정되어 돌아가고 내 생활의 가장 주축이 되었던 성당마져 못 나가게 되니 주위 사람들과 당연히 서서히 소원하게 되었다.
더구나 펜데믹 시절을 거치면서는 내 전화 번호 리스트에서 맘 편하게 수다를 떨 수 있는 사람이 아주 줄어 있었다.
가게를 쉬는 날에 전화를 해서 밥 먹을 사람도 손에 꼽을만큼 줄어들었다. 
내 베프 중의 베프가 알라바마로 이사를 가면서부터는 내 모든 인간관계가 멈춘 것 같다.
 
가게를 하면서 남편으로부터 완전한 경제적 자립을 이루었고, 두 아이 대학원 생활비를 대었고, 누군가를 만나면 내 지갑을 열어 그들을 대접했고, 이사를 하면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내 돈으로 새 가구를 구입했다.
그런 성취감은 다른 어떤 것에 비해 나를 만족스럽게 만들었지만 이전의 내 인맥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하나를 손에  넣었으니 하나는 잃어도 군말이 없어야 공평하니 별 불만은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성모회에서 같이 일한 젊은 친구한테 문자가 왔다
'언니 , 저 오늘 아주 오랫만에 성당에 갔는데 언니가 안 보이셔서 아쉬웠어요.다음에 성당에서 꼭 뵈요' 한다.
'로사, 나 일요일에 가게 일하러 가야 해서 요즘 토요일 5시 특전 미사 드려. 나중에 니가 토요일 미사 오면 끝나고 내가 밥 살게' 했더니
'정말요? 그럼 저도 언제 토요일 미사 나갈게요' 했다.
 
그러고서 어제 다시 문자가 왔다.
'언니, 저 일이 5시에 끝나서 미사는 못 드리고 언니 미사 끝나는 시간에 만나요' 해서 오늘 그 젊은 친구와 8개월 만에 만났다.
그 친구와 오랫동안 성모회에서 같이 일하고 멤버들 모임안에서 자주 만났지만 딱 둘이 밖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거의 나이가 10년이 많은 나를 기꺼이 찾아주고 안부 물어주는 로사가 예뻐서 우리는 북적이는 레스토랑에서 한참 동안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먹느라고 인증샷을 못 찍었다고 레스토랑 외부 사진이라도 찍자고 해서 찍었어요.
밥을 먹고 나와서 여기에 앉아서도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밤이 깊어 헤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