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1일 목요일
난 지금 휴스턴 공항이다
뉴 멕시코 주 알바커키 가려고.
2년전 가을에 한국에 있는 친한 후배한테 급한 전화가 왔다.
“ 언니, 나 알바커키 살 때 가족처럼 지냈던 친한 친구가 있어. 그 친구 남편이 갑자기 췌장암 3기 판정을 받았어. 휴스턴 MD Anderson 암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싶어해.
어디 하숙 할 곳을 찾고 있는데 언니가 알아봐줄 수 있어? 내가 휴스턴 떠난지 오래 되어서 생각나는 사람이 언니밖에 없네 .”
“ 알았어. 내가 알아볼게 너무 걱정마” 하고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그 분의 아내도 같이 오는데 굳이 하숙 할 필요 없이 우리 집에 남는 방 하나 내 주면 될 것 같아 우리 집에 오라고 했었다.
한 달 반을 우리 집에서 보내면서 그 분이 아침에 컨디션이 좋아 밥을 좀 먹는 날엔 내 기분도 좋았고, 키모를 받고 토하는 날엔 나도 우울했었다.
몇 차례의 항암치료를 받고 알바커키로 돌아가 3개월에 한 번씩 휴스턴에 올 때마다 병색은 더 짙어져갔고 우울한 그림자는 더 깊어갔다.
그러다 1년 전 결국 운명을 달리해 세상을 떠났다.
우리 집에 투병 생활을 할 때 아내분이 그랬다.
“ 언니 알바커키는 10월에 세계 balloon 페스티벌을 하는데 정말 멋져요. 두 분 꼭 초대하고 싶어요.내년에 꼭 오세요”
그런데 작년 9월에 그 분은 세상을 떠났고 몇 주전에 전화가 왔다.
“ 언니 ,그 사람 떠난 지 일년 되었고 벌룬 페스티벌이 또 돌아왔어요. 제가 축제 표 사놨어요 . 형부랑 꼭 오세요”
“ 알았어. 올해는 꼭 갈게”
운명이 얄궂어 그 분이 아프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옷깃을 스치는 인연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참 기구한 인연으로 우리가 만났다.
다른 여행과 달리 이번 여행은 마음이 착잡하다
미국 내에서 다시 여행하고 싶은 곳 일순위를 꼽으라면 뉴멕시코의 산타페나 알바커키이다.
그러나 남편이 같이 가진 못하고 부부 중 한쪽만 남은 그녀를 마주할 생각에 우울한 마음으로 출발하지만 그래도 가볍게 떠나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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