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8일 화요일
아침에 느긋하게 커피 한 잔 하고 있는데 가게에서 전화가 왔다.
빵굽는 오븐이 작동이 안 된다는 것이다.
원석이 빵을 한 번 구워보겠다고 베이커가 쉬는 어제 오븐을 썼었다.
그리고 처음 하는 솜씨치고 아주 멋지고 이쁘게 빵을 구워 냈었는데 오늘 갑자기 오븐이 고장이 났다니 황당한 일이어서 벽에 붙은 메인 스위치를 찾아서 한 번 껐다 켜보라고 했다.
그래도 안 된다고 하니 원석이 부랴부랴 가게로 나가서 체크를 해 보았는데 error라는 사인이 난다고 해 오븐 회사로 전화를 하니 가장 빨리 올 수 있는 날이 내일 이라는 것이다.
가게 문을 닫을 수는 없는 일이어서 어제 원석이 구워 놓은 빵과 대충 남아 있는 빵으로 점심 장사를 끝내니 이미 여러 종류의 빵들이 다 나가고 재고가 남아 있지를 않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피자도 다섯개 밖에 안 남고 큰 사이즈 빵도 다 나가버리고 남아 있는 종류로 오늘은 어떻게 버틸 수 있지만 내일은 어쩌란 말인가?
내일 가장 빨리 올 수 있는 시간도 몇 시 인지 알수 없고 설령 빨리 온다고 해도 그 사람들 손에 우리가 필요한 부품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아직 어디가 고장 난 지도 모르고 있는 상황에 내일까지 빵을 구울 수 없다면 오늘 어떻게든 내일 쓸 빵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우리 가게에서 가장 가까운 같은 브랜드에 전화를 했다.
마침 그 메니저가 한국인이어서 내가 필요로 할때 많은 도움을 받는 곳이다.
전화를 해 내 상황을 설명하니 그럼 자기네 베이커 한테 좀 구워 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겠다고 하더니 너무 피곤해서 해 줄 수가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럼 내가 우리 베이커를 데리고 가서 오븐과 부엌을 좀 쓸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4시 이후에 오면 쓸 수 있다고 흔쾌히 말해 주어 밀가루를 비롯해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가서 그 가게에서 밤 9시가 넘도록 빵을 구웠다.
우리 베이커도 숫기가 없는 사람이라 혼자 놔 두고 올 수가 없어 그 옆에서 놀다가 심부름을 하다가 내일 필요한 모든 빵을 다 만들어 우리 가게에 오니 밤 10시가 다 되었다.
일단 내일 빵은 다 해결이 되어 맘은 편하지만 내일 오븐이 다 고쳐져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시 남의 가게를 또 빌려야 한다.
하다 하다 별 짓을 다 한다.
한 고개 넘으면 또 다른 고비가 다가오고 인생 사는 일이 왜 이리 수월치 않은 지 모르겠다.
종업원이 속 썩이지 않으면 기계들이 속을 썩이니 혼자 쉬엄쉬엄 할 수 있는 일이 뭐 없을까?
하루에 백불을 벌더라도 맘이라도 편했으면 좋겠다.
*그 와중에 우리 베이커인 레오폴도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이지요. 오후에 다른 곳으로 일하러 가야 하는데 빵을 굽느라 못 갔습니다. 이런 사람을 만난 것으로라도 위로를 삼아야겠지요?
오븐이 우리 것이랑 똑같아서 다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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