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2일 일요일
짧은 겨울 방학을 마치고 원석이는 다시 오스틴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파트 타임 일을 하느라 방학에도 긴 기간을 함께 하지 못했는데 며칠간 일을 쉬고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집에서 슈가를 돌보며 가족 구성원으로 함께 했다.
1월 초에 road trip을 간다고 내 차를 빌려가도 되느냐고 물어 어디를 갈 거냐고 계획을 물었다.
형들 세명과 텍사스를 벗어나 그랜드 캐년에서 며칠 야영을 하고 사촌누나가 있는 시에틀까지 갔다 오겠다고 했다.
이 추운 겨울에 그랜드 캐년에서 어떻게 야영을 할거냐고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어린 아이들도 아니고 먼길을 떠나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삶의 경험이다 싶어 허락을 해 주었고 기꺼이 내 차를 내 주었다.
별로 준비한 것도 없이 한국 마켓에 가서 먹을 것 좀 사더니 아침에 호기를 부리며 출발을 했다.
하룻밤을 텍사스 끝자락의 엘파소에서 자고 또 하루를 달려 그랜드케년에 도착해 텐드를 쳤는데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것이다.
너무 추워 이러다 우리가 다시 휴스턴으로 돌아가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느꼈다한다.
알고 보니 텐드도 여름 텐트를 가져 가고 침낭도 엄청 가벼운 것을 가져가서 텐트 속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차안에 들어갔다 하며 기나긴 밤을 추위에 싸우다 아침 해가 뜨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텐트를 챙겨 휴스턴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대충 준비하고 갔다가 자연의 위협 앞에 기 한 번 펴보지 못하고 줄행랑을 친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너무 어이 없어 웃음만 났다니 앞으로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가든지 더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것은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애인 없는 남자 아이들 셋이 그랜드 캐년 하늘에 촘촘히 떠 있는 청명한 별을 보고 한숨을 들이쉬고 내 쉬었다나.
추운 겨울에 먼 길을 떠나 나름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돌아와 내 걱정은 기우가 되었다.
아빠 닮아 뭐든 철저한 줄 알았는데 허당 중에 허당인 아들입니다. 한 겨울에 여름 텐트를 가져간 장본인이지요.
너무 추워 어깨가 안 펴지더랍니다. 결국 그랜드 캐년까지 가긴 했지요.
원석이 대학으로 떠나기 전 날 가족끼리 저녁 외식을 하며 한 장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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