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경제인

세상 사는 일이 다 그렇지 뭐.

김 정아 2013. 8. 16. 03:03

2013년 8월 16일 금요일

8월이 대체로 좀 바쁜 달이었는데 올해는 그렇지도 않다.

그리고 금요일이 일주일 중 가장 바쁜 날인데 8월 들어서는 그저 그런 두 번의 금요일이 흘러갔다.

8월 경기가 작년보다 나쁜 것 같다.

나만 그런지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금요일인 오늘도 별 기대없이 가게에 나왔다.

그런데 좀 있다보니 버스 한 대가 주자창 앞으로 들어오더니 여고생들을 한 무더기 내려 놓는 것이다.

농구부 팀이라는 여고생들이 들어와 줄을 서니 가게가 갑자기 북적거리며 카운터에서부터 출입문까지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 사이로 일반 손님들까지 뒤섞여 있으니 정말 이마에서 땀이 흐를 정도였다.

 

여고생들은 게임이 있어서 모두 to go를 해가 잠시 후엔 모두들 떠나고 좀 조용해 지는가 싶더니 이번엔 버스 한 대가 옆으로 들어와 주차를 하고 오스틴에서 온 농구팀이 들어왔다.

정신없이 오더를 받고 음식을 서빙하고 나니 바쁜 점심 시간이 다 지났다.

점심 매상을 보니 가게 개업 이후 낸 적이 없는 최고의 기록을 갱신을 했다.

 

'와, 저녁 끝나고 나면 캐더링 없이 앞으로 오랫동안 깨질 수 없는 최고의 기록이 나오겠는걸?' 하며 너무나 흐뭇하게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저녁시간이 시작될 무렵인 오후 6시 30분 경부터 갑작스런 토네이도가 몰려와 하늘이 까맣게 되면서 강풍과 함께 천둥이 요란하게 치며  비가 사선으로 내려 붓기 시작하는 것이다.

비가 어찌나 심하게 오는지 창문 틈으로 비까지 새어 들면서 온 시내가 정전이 되었다.

 

직원들은 내 갈길이 머니 여기 걱정은 말고 빨리 집으로 가야하지 않느냐고 해 잠시 바람이 그친 틈을 타 집으로 돌아왔고, 남은 직원들은 후레시를 꺼내 대충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평소보다 두 시간 가까이 빨리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갔다.

 

운전을 하고 길을 나서다 보니 아파트고 은행이고 모든 상가 건물이 암흑에 휩싸이고 거리의 모든 신호등이 들어오지 않아 2,3분이면 빠져나갈 거리를 30분이나 지체했다.

 

콜로라도에 가 있는 남편한테 전화를 하니" 세상 사는 일이 다 그렇지 뭐, 그래서 결국 평소만큼 한 거네" 한다.

 

최고 기록을 세울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쉽지만 그나마 낮에 그만큼 바빴으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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