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9일 일요일
나흘 사이에 직원 두 명을 해고시키고 나서 심적 스트레스가 컸는지 몸이 많이 아팠다.
돈을 훔쳐 간 아이를 해고시킨 날 밤부터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은 통증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뒤척거리다 출근을 하기도 했다.
원석이 오랫만에 집에 다니러 와서 어제는 하루 종일 가게에 안 나가고 원석이한테 맡겨 두고 집에서 쉬었다.
어제 저녁에는 남편이 원석이 다시 어스틴으로 돌아갈 때 음식을 좀 해서 주겠다고 한국 장을 엄청 많이 봐 가지고 왔다.
모처럼 어제 저녁엔 온 가족이 같이 둘러 앉아 저녁을 먹고 난 설거지와 뒷 정리를 모두 맡기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오늘 아침에 좀 괜찮은 것 같아 부엌에 나가 아침 먹을 거리를 준비하려다 깜짝 놀랐다.
어제 밤에 도마 소리니 기름 냄새가 나는 것 같긴 했는데 그런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여러가지 먹을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원석이를 주겠다고 호박에 새우를 넣어 볶아 놓았고 , 무우를 채 썰어 작은 멸치를 넣고 볶아 놓고, 감자를 채 썰어 매운 고추를 넣어 큰 남비 한 가득씩 음식을 해 놓은 것이다.
내가 가게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올 때마다 몇 가지씩을 해 주었겠지만 단 한 번도 음식을 해서 보낸 적이 없다.
그런데 아빠가 공부하면서 혼자 사는 아들이 먹는 것이 시원치 않을 거 같다며 많은 시간 정성을 들여 그 많은 음식을 해 놓은 것이다.
내 아빠도 참 좋은 분이셨다.
농사를 짓는 촌부였지만 세상을 보는 안목이 남달라 자식들 교육에도 관심이 지대하셨고 당신 하시는 농사에도 새로운 것을 많이 도입하신 분이셨다.
그렇지만 내 남편처럼 자식을 위해 음식을 해 보신 적은 단 한 번도 없으셨다.
그 음식들을 보면서 참 감동적이었다.
세상에 이런 아빠가 또 있을까?
이런 아빠를 가진 아들은 지가 복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을까?
설령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지라도 세상의 어떤 진수성찬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정성이 깃들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덕분에 오늘 아침은 다른 반찬이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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