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수님, 성모님

가슴으로 만나는 하느님

김 정아 2010. 10. 28. 04:53

미주 카톨릭 다이제스트 11월 호에 실린 글

이 글은 원석이 스페인 산티아고에 갔을 때 썼던 글을 재 편집해서 보낸 글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기록을 위해 다시 적어봅니다.

 

 

*성인 야고보의 순례길을 따라.

우리 부부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어 배낭 여행을 준비하라고 했었다.

아이는 우리의 말에 따라 작년부터 유럽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며 이것 저것 사이트를 찾아 우리에게 보여줄 구체적인 것들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어디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유럽 중에서도 스페인 산티아고로의 성지 순례를 하면 좋겠다고 아이에게 바람을 넣었고, 성인 야고보의 종교 순례길을 따라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함께 아이에게 목적지를 바꾸라고 했다.

아이는 별 다른 이견을 제기하지 않고 다시 여행 루트를 짜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의 최종 목적지는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스페인으로 넘어가서 800킬로미터가 넘는 야고보 성인의 길을 걸어 산티아고 성당에 까지 가는 길로 확정이 되었다.

파리에 도착한 첫날 아이는 영어도 안 통하는 곳에서 잠잘 곳을 찾기 위해 서너 군데의 숙박업소를 돌아다니다가 눈물이 났고, 이 낯선 곳으로 자기를 보낸 엄마 아빠가 미워졌다는 메일을 보냈다.

그 이후 아이와의 지속적인 메일을 통해 아이가 얼마나 힘든 길을 가고 있는지,정말 죽을 힘을 다해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을 같이 느끼게 되었다.

하느님의 품안에 있을 때만 그 길이 가능하니 매일 기도하라고 ,우리도 너를 위해서 기도한다고 용기를 주었다.

아이의 순례길을 지켜 보는 우리부부도, 지친 다리로 한 걸음씩 힘겹게 걷고 있는 원석이도 고난 속에 있지만 그 고난 뒤에 오는 크나큰 영광을 알기에 리는 아이를 맘 속으로 격려하며 기도하고 있었다.

그 고통스러운 38일간의 산티아고 순례의 대장정을 마친 아이가 드디어 휴스턴으로 돌아.

미혼시절 애인을 기다리는 마음보다 더 들뜨고 설레이는 마음, 이런 것이 엄마 마음인가 싶어진다.

공항에서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저쪽 게이트에서 아이가 나오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의 모습은 참으로 환하고 밝아보였다.

35일이 넘는 시간을 땡볕에 노출된 아이답지 않게 얼굴이 하나도 타지 않았고, 몸도 마르지 않은 상태로 돌아오니 난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었다.

아이에게 느낌이 어땠냐고 물어보니 처음 일주일은 너무 힘들어 하루 하루 카운트 다운을 시작하며 걸었는데 그 이후로는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고 한다.

그 길에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하면서 내면의 성장도 함께 한 아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인생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지도 어렴풋이 알게 된 아이가 참으로 기특.

부쩍 커서 돌아온 아이, 힘겹게 순례의 길을 걷고 있는 아이가 걱정이 되어 주님께 매달렸던 시간들이 이렇게 지나갔다.

이제 대학으로 , 낯선도시로 떠나겠지만 하나도 걱정이 되지 않는 이 배짱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 돌아온 아이에게 어떤 유혹이 와도 아이는 가볍게 물리치리라는 자신감이 내 안에 가득하다.

내가 마치 800키로가 넘는 산티아고 순례를 마친 것처럼 내 안에도 자신감이 넘친다.

'주님, 김원석 스테파노가 어른이 되어 휴스턴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긴 시간 아이와 함께 해 주시고, 가는 걸음 걸음 그와 함께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주님 안에서 주님을 의지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그에게 은총 내려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