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6일 목요일
Taylor는 요즘 나연이와 단짝이다.
학교가 끝나면 거의 매일 우리 집에 출근도장을 찍다시피한다.
어제는 나연에게 줄 선물이 있다며 자기가 입던 옷을 리본까지 묶어서 가지고 왔다.
나연이보다 덩치가 큰 테일러는 이제 그 옷을 못 입겠다며 아주 만족한 웃음으로 오늘은 자기가 바빠서 이것만 전해주고 가야 한다며 자전거를 타고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나연이는 테일러가 준 옷을 보더니 맘에 든다며 내일부터 입고 가겠다고 한다.
난 잠시 어리둥절했다.
보통 한국에서는 부모들이 아이들 옷을 정리하며 이웃집에 주거나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건네 주는데 테일러는 아주 큰 선물을 주듯 리본까지 메어 가지고 온 것이다.
엄마에게서 보고 배운 근검함이 아이에게도 묻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경제 대국 미국이라는 나라가 나라 자체는 부유할 지 몰라도 일반 가정은 참 검소하고 알뜰하다.
우리처럼 멀쩡한 가구를 버리는 일도 없고, 플라스틱 화분하나 버려지는 법이 없는 나라이다.
거라지 세일에 가 보면 금이 간 접시며, 거저 가져가라도 손이 안 갈 것 같은 옷 가지들,다리 하나가 부서진 책상 같은 것도 새 주인을 기다리며 늘어져 있다.
어느 것 하나 이유없이 버려지는 것이 없는 나라의 아이답게 테일러도 자기가 입던 옷을 정성스럽게 싸가지고 온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여기 살면서 이 나라 사람들에게 꼭 배우게 하고 싶은 근검절약이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근검한 것에 비하면 사회적으로는 의문이 가는 게 많다.
수퍼 어디서도 '리필'용이라는 것이 거의 없다.
세제도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나오고 화장품 같은 것도 리필 용이 없이 완전한 제품으로 나온다.
물건을 사도 인심 팍팍 써서 비닐 봉지 두 세겹을 겹쳐서 물건을 담아 주기도 한다.
비닐 봉지는 물론 무료이다.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 가는 날이 일주일에 한 번 있기는 해도 강제는 아니다.
그리고 병과 알류미늄 캔같은 것은 재활용에 들어가지 않아서 일반 쓰레기로 처리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라는 것도 없다.
아마 이런 것들은 이네들이 머지 않아 우리나라의 환경정책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테일러의 옷을 받고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왠 껌이냐고요?
나연이가 오래전부터 한국 껌이 씹고 싶다며 외할머니한테 껌을 사서 보내달라고 하라는 소리를 여러번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휴스턴으로 출장을 오시는 분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사가지고 가겠다고 하시더군요.
염치 불구하고 껌 몇 통 사다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대형마켓에서는 저런 껌을 팔지 않는다며 동네 구멍가게 여러 곳을 다닌 후에 사셨다고 하네요.
여기 껌은 아주 기분이 나쁠 만큼 달고 특히 몇 번 씹고 나면 턱이 아플 정도여서 저도 미국 껌을 아주 싫어해요.
아이들이나 저나 신나서 하루에 몇 개씩 껌을 씹고 있네요.
역시 한국 것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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