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야 놀~자

올해 마지막 수업이다.!

김 정아 2009. 12. 9. 08:11

2009년 12월 8일 화요일

오늘 올해의 마지막 수업이 있었다.

원래는 다음 주까지인데 선생님의 합창단에서 공연이 있어서 다음 주에 할 수가 없게 되었다고 미리 양해를 구하셨다.

어떻게 된 것인지 수업이 없다고 하면 진짜 학생들보다 더 신나하는 게 아줌마들인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수업은 신나기도 했지만 서운하기도 했다.

우리와 3년 넘게 같이 공부를 한 말레이지아아의 폴링이 내년 1월 초에 모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녀에게는 마지막 수업이어서 눈물을 훌쩍이기도 했다.

 

폴링의 남편이 말레이시아의 큰 회사에 다니는데 이곳에 4년간 주재원으로 발령이 나서 남편을 따라 왔다.

아들은 영국에서 법을 공부하는 학생이고 ,딸은 이곳에서 12학년에 다니고 있다.

딸때문에 고민을 좀 했는데 12학년을 6개월 남겨 두고 데리고 갈 수 없어서 린다의 집에 홈스테이를 시키고 부부만 돌아가기로 했다.

주재원 비자로 왔지만 남편의 비자가 1월에 말레이시아로 돌아가면서 끝이 나기 때문에 딸은 6개월을 남겨 두고 I-20가 발급되는 사립학교로 옮겨야 되어서 요즘 그 수속을 하느라 바쁘다고 했다.

 

우리 반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도저히 발음도 못 알아 듣겠고, 영어도 나보다 못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3년이 지난 지금에는 영어를 곧잘 한다.

실력이 안 느는 것은 나 밖에 없는 것 같다.

 

어쨌거나 나는 폴링이 무척 부러웠다. 폴링은 나를 무척 부러워 하긴 했다.

합법적인 신분이 있으면 자기도 오랫동안 여기서 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서운하다고 했지만 나는 고국으로 돌아가는 폴링이 부러웠다.

우리도 남편이 주재원 임기가 끝났을 때 아이가 어렸거나 대학에 들어갔더라면 주저함 없이 한국으로 돌아갔겠지만 5학년과 9학년이 되는 아이를 데리고 한국에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 때로서는 우리가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지금은 좀 아쉬움이 든다.

언제까지나 이곳에서 살 생각을 하면 막막해 지기도 하고, 이곳 의료시설을 이용하며 노년을 보낼 생각을 하면 끔찍하기도 하다.

여하튼 오늘 폴링에게 텍사스를 상징하는 사진 틀 하나를 선물로 주며 아쉬움에 깊은 포옹을 하고 돌아왔다.

 

 

 *빨간옷을 입은 분이 우리 선생님이고, 그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폴링입니다.

한국인 저 하나를 빼고 나머지는 전부 대만사람들입니다. 폴링과 대만친구들은 중국어로 소통합니다.

중국인들 속에 저 혼자 꿋꿋하게 다니고 있지만 어떤 때는 아주 외롭답니다.

가운데 분홍색 셔츠는 린다이고요.

폴링의 딸 홈스테이를 맡게 되었지요.

사립으로 전학을 하면 학교 버스가 안 와서 아침저녁으로 태워다 주고 태워 와야 한답니다.

그런데 다행히 린다에게는 또다른 12학년 홈스테이 여학생이 있는데 그 여학생과 같은 학교로 전학을 하게 된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