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손채린님 외 공저 -'수필이야기 네번째'를 읽고

김 정아 2008. 10. 23. 13:01

2008-10-22 수요일

손채린님 외 16분이 쓰신 '수필이야기'를 읽었다.

한 분 당 세편씩의 글이 골로루 실려 있는 이글은 생활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감상들이 자유롭게 적혀 있어 어렵지 않게 읽어 갈 수 있는 글이었다.

대체로 연륜이 있는 분들이어서 그런지 생활 속의 지혜나 삶을 살아가는 진지한 자세들, 타인에 대한 배려나 관용들도 많이 나타나 있다.

특히 손채린님의 글 중에 말이 씨가 된다라는 속담풀이가 있다.

태어난지 6개월 된 손자를 아이 보는 아주머니한테 맡겼는데 독감에 걸려 몹시 힘들었던 아주머니가 손주의 눈을 들여다 보며 내가 빨리 나아야 너희를 볼테니 네가 내 감기 가져가라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며칠 지나지 않아 손자는 온 몸이 불덩이 같이 뜨거워지고 토했다는 것이다.

그 맑은 눈을 들여다보면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가지만 정말 말이 씨가 된다는 사실에 말 한마디라도 조심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같은 맥락으로, 그리고 한국인의 정서상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디가서 아이 공부 잘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뭐 별로 잘 하는 편은 아니예요하고 대답했는데 이것 역시도 자제해야 할 대답인 것 같다.

아이는 부모의 믿음대로 크는 것인데 엄마가 아이 공부를 못 한다고 말하고 다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요즘은 열심히 하고 있어요 라고만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와 서양 사람들의 태도가 참 다른 것 같다.

앞집의 베네주엘라 멜리다는 항상 자기의 자녀들을 일컬을 때 my good boy  my smart daughter라고 한다.

내가 내 자녀를 귀하게 여겨 남들에게 칭하면 그 자녀들은 엄마의 믿음대로 훌륭하고 똑똑한 자녀로 자랄 것이다.

항상 긍정적으로 자녀를 대해야 말이 씨가 되어서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로 김치를 좋아하는 외국인에게 김치를 담가 주면서 "맛은 없지만 드셔보세요" 하면서 건네주었다고 한다.

그 외국인은 "왜 나한테 맛없는 김치를 먹어 보라고 하지?"하며 너무 기분이 나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 김치를 어느 구석에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그 이야기를 해 주니 한국 사람들은 자기를  낮추어 말하는 것이 미덕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다는 소리를 듣고서 다시 돌아가 버린 김치를 주워 왔다고 한다.

지나친 겸손과 겸양을 서양 사람들은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에게 주면서 "이 김치 정말 맛있으니까 드셔보세요"이렇게 말하는 것도 좀 이상하긴 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이곳 사람들에게는 지나친 겸손을 떨지는 않는다.

특히 아이들에 관해서는 나도 아주 당당하게 말한다.

 

이 책도 저자께 직접 받은 책이다.

저자 중 한 분이신 손채린 선생님은 블로그를 통해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몇 년 전이던가? 우연히 손채린이란 닉네임을 따라 그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세련된 닉네임과 정말 섬세한 언어와 아름다운 사진으로 채워진 그 방에 처음 들어간 인상으로 난 20대의 생기 발랄한 젊은 아가씨가 그 방의 주인인 줄 알았다.

아주 오랫동안 내 생각엔 변함이 없었고 무슨 일에서인지 난 그분이 중국 유학생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 글에선가 손채린님의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왠걸 중국이 아니라 휴스턴에 사시는 분이었고 그것도 우리 성당에 같이 다니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20대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다 사실과 다른 것이어서 한동안 참 혼란스러웠다.

어쨌거나 반가운 마음으로 작년 10월 아시안 6개국 미사가 끝나고 서로 마주보고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성당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올 4월에 한국에 가신다고 하셨다.

나도 한국에 가 있는 동안 만나 뵙지는 못하고 전화 통화만 하고 돌아왔는데 한국에 가 계시는 동안 책 출판을 하신 것이다.

휴스턴에 다시 돌아오실 때 내 몫의 책 한권을 가지고 오겠다고 하셨는데 시차적응도 안 되어서 바로 일요일에 성당에 오셔서 이 귀한 책을 내게 건네주셨다.

알록달록 상큼한 책 표지와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담긴 책을 음미하면서 읽었다.

이 책도 오랫동안 책장에 보관하고 두고 두고 읽어야겠다.

 

 

*손채린 선생님, 사인해서 주신 책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시고요.

내년 이맘 때 책 출간 다시 하게 되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