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03 화요일
세상사에서 말하는 검사,의사,변호사등의 쟁쟁한 배경을 가진 가족들을 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유정은 15세에 사촌오빠에게 강간을 당하고 마음 둘 곳이 없는 삶을 힘겹게 살아간다.
파리에 유학을 다녀와 아버지가 운영하는 사학재단의 한 대학에 미술교수가 되고 외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삶을 살지만 마음속의 어두운 상처를 지우지 못하고 세 번이나 자살을 기도하다 실패로 끝나고 외삼촌과의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하루 하루 죽지 못해 맥없이 살고 있다.
수녀인 모니카 고모는 정신과 상담보다는 자신과 집행 전인 사형수들과의 만남을 가져 보라는 요구에 마지 못해 고모를 따라 나선다.
유정은 그곳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윤수와 만나게 된다.
엄마 없이 어린시절을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림을 받으며 따뜻한 손길 하나 없이 아프게 살아간다.
고픈 배를 움켜쥐고 시도 때도 없이 자행되는 아버지의 폭력에 동생 은수는 급기야 눈이 멀어버린다.
윤수는 아버지를 피해 동생을 데리고 무조건 상경하게 된다.
앵벌이와 깡패가 되었다가 추운 겨울날 동생 은수는 길거리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그 이후는 윤수는 거칠 것 없는 못된 생활을 하다가 애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문동의 한 아파트에 쳐 들어가 17세 여고생을 강간살해(사실 동료 범죄자가 뒤집어 씌웠다)하고 그 학생의 어머니를 죽이고, 때마침 일하러 들어온 파줄부까지 죽이는 극행을 하다 다시 다른 가정에 들어가 인질을 잡고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다 사형을 언도 받고 복역 중이다.
이곳에서 모니카 수녀와 유정을 만나 윤수는 하루하루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유정 역시도 그토록 죽고 싶었던 시간이 윤수에게는 그토록 갈망했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아 가며 서로가 세상을 향한 따뜻한 눈을 떠가게 된다.
그 중에 수없이 칼에 찔려 죽어간 파출부의 노모를 만나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용서하고 용서받게 된다.
사형이 언제 집행될 지 몰라 아침이 오는 것이 가장 싫다는 윤수는 만약 사형이 아니라 감방에서 일생을 보내게 되는 행운을 얻어 무기수만 되더라도 세상을 살아가며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며 살고 싶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가져보는데 윤수는 결국 겨울의 어느 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물질적으로 사회적으로 가진 것은 많지만 정신이 피폐된 유정, 사회의 밑바닥을 헤매다 사형수가 된 윤수 , 두사람이 나누는 마음을 통해 세상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된다.
작가 공지영은 그 동안도 사형제 폐지에 대해 여러모로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다.
한 번도 관심을 가진 적이 없던 사형제에 대해 나도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강동원과 이나영이 열연한 영화 포스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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