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을 읽고

김 정아 2009. 1. 30. 05:37

2009-01-29 목요일

자모회 일을 맡고부터는 성당 도서관에 올라갈 시간이 없었다.

학생들의 점심을 서빙하고 뒷정리까지하고 도서실을 올려다 보면 이미 문

이 닫힌 상태가 되어버리곤 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책다운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 신문에 ‘한인학교 도서관’에 신간 50여권이 들어왔단 광고가 났

.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는데 그 또한 오늘 내일로 미루다보니

쉽지 않았다.

그런데 마리아가 책을 빌려보고 싶은데 같이 가겠느냐고 물어 기분 좋게 길

을 나섰다.

한인회관에 있는 도서관은 규모는 작지만 신간들도 많았고 책 정리도 잘 되

어 있었다.

책장을 둘러 보다 빌려온 책이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과 ‘우리들의 행복

한 시간’이었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이 작가 공지영은 치열한 20대를 살았고, 그의 가정

생활 또한 치열했다.

세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 성이 다른 세 남매를 키우며 느꼈던 것들을 소

설의 형식을 빌어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가정상을 제시하고 있다.

일종의 자전적 소설이다.

 

3인 맏이 ‘위녕’ ’둥빈’ ’제제’의 눈을 통해 가족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더 상처가 되고, 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상

처를 치유 받기도 한다.

 

 

위녕은 아빠와 새엄마와 함께 살다가 뉴질랜드에 어학연수를 가고 7년만에

친엄마를 만나게 되고 한국에 돌아와 아빠 집을 떠나 친엄마와 동생들과 함

께 살게 된다.

위녕은 새 엄마에게 어린 시절 상처를 받으며 살았지만 어느 순간 새 엄마

를 이해하고 자신도 모르게 용서하게 된다.

둥빈의 아빠에게 엄마는 맞고 살았지만 두 번의 이혼을 두려워 해 떠나지못

하지만 결국 엄마 자신이 살기 위해 둥빈 아빠와 이혼하게 된다.

영화감독이었던 둥빈 아빠는 제제 아빠를 만나 잘 살기를 바라고 둥빈을 아

들로 여기며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둥빈을 찾지 않았지만 암으로 세상

을 떠나고 둥빈은 그로 인해 어두운 상처를 안으며 살아가기도 한다.

막내 제제는 2주에 한 번 아빠를 만나러 떠난다.

 

각기 다른 상처를 맘에 안고 살아가지만 사랑이 참 많은 가족이다.

 

사회적으로 아직도 냉정한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는 이혼가정이지만 심각함

속에서도 키득거리며 웃음짓게 만들기도 하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도 만드

는 책이다.

제목처럼 정말 ‘즐거운 나의 집’의 모습이다.

다양한 사회에서 다양한 가족들이 살아가고 나와 다르다 해서 결코 그들의

삶의 형태가 틀린 것은 아니다.

현시대에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존재하고 그들을 존중하는 것도 성숙한 나

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