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15 월요일
허리케인 아이크(IKE)가 엄청난 상흔을 남기고 물러간지 사흘 째이다.
토요일 새벽 그 공포를 생각하면 아직도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토요일 새벽 12시 30분쯤 부터 시작한 바람이 어찌나 광풍으로 몰아치는지 한 숨도 못 자고 새벽을 맞았다.
1, 2분 간은 아주 조용하다가 그 이후 광풍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바람이 불때마다 간이 콩알만해지며 혹시나 유리창이 깨지지는 않는지 지붕이 날아가지는 않는지 숨이 제대로 쉬어 지지 않을 정도였다.
새벽이 올 때까지 그 시간은 또 얼마나 긴지 조용하다가 갑자기 지구를 흔들어 버릴 듯한 바람이 불다가 또 조용하다 또 불다가를 반복하는데 조용할 땐 조용한데로 긴장이 되고, 바람이 불 때는 또 부는데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한 순간 바람으로 집들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린 경우를 티비를 통해 수 없이 봐 왔기때문에 몸으로 느끼는 그 공포감을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
아침이 와서 허리케인의 중심을 벗어났지만 뒷바람도 강해 섣불리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오는 비를 맞으며 집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본 남편은 지붕 날아간 것도 안 보이고 나무 가지 몇 개 부러지고 전기가 안 들어오는 것 말고 우리 집에 다른 피해는 없는 것 같다고 해 안심을 했다.
오후 쯤 지나면서 좀 조용해서 남편과 함께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려고 나왔는데 집집마다 나무가 부러지고 나무 담장이 넘어가고 철 담장이 넘어 간 것들이 보이고 도로로 나왔는데 작은 나무들은 물론이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뿌리까지 뽑혀 길가에 누워 있고 도로 곳곳은 물로 침수가 되어 있었다.
도로의 광고판들은 어디로 날아가 버렸는지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고 신호등도 줄에서 떨어져 나와 출렁거리고 있었다.
간밤의 상처들이 너무나 깊게 파여 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다운타운은 아주 난리가 났다고 했다.
70층이 넘는 건물에 유리창이 다 부숴지고 온 도로가 물에 잠기고 수도도 전기도 안 나와 부시 대통령은 휴스턴 시내를 재해 지역으로 선포했다고 한다.
거기에 비하면 전기 안 나오는 것 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이제 우리 지역은 거의 대부분 전기가 나오고 있고 도로에 쓰러진 나무들을 치우면서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삼 일 간 전기가 안 들어온 우리 집도 오늘 3시쯤 부터 전기가 들어왔다.
아이들은 지난 금요일부터 내일, 화요일까지 휴교 상태가 계속 되고 있다.
*블로그 방문객 여러분들, 염려 덕분에 건강하게 다시 새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염려 해주시고 격려 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휴스턴 다운타운 지역을 비롯해 많은 곳이 통행금지를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통행을 금지하고 있고, 다운타운 내 학교들도 수요일까지, 혹은 이번 일주일 내내 휴교령을 내려 놓고 있습니다.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다운타운 내는 아주 피해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 하고 있습니다.
염려해 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나무들의 피해가 아주 심각했습니다. 이렇게 작은 나무들이 뿌리가 뽑힌 것들은 셀 수도 없이 길가에 늘어져 있고요.
*남편 사무실의 큰 나무들도 이렇게 갈라져 있습니다.남편 사무실은 유리창도 깨지지 않고 바로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예전에 다녔던 사무실은 유리가 다 깨지고 전기가 언제 복구될지 모른다고 하네요.
*성당 앞의 놀이터 입니다. 일요일에 9시 미사를 못 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정규미사엔 사분의 일 정도 밖에 사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렇게 나무들이 쓰러져 길을 막고 있으니 운전을 할 수도 없었고 피해를 입었으니 복구를 해야 했으니까요. 저희는 정규미사에 다녀왔습니다.
피해 입은 사람들을 위해 많은 기도를 하고 왔답니다.
*신호등이 떨어져 저렇게 간신히 매달려 있습니다.
*간판들도 저렇게 찢겨져 나갔습니다. 통째로 없어진 간판들도 수두룩했습니다.
*나무 담장들도 저렇게 힘없어 무너져 내렸습니다. 우리 동네 입니다.
*우리 동네 들어오는 골목길의 아름드리 나무들도 뿌리까지 맥없이 뽑혀버렸습니다. 참 멋진 가로수 길이었는데 마음이 아팠답니다.
*커다란 소나무가 뽑히면서 철제 담장을 무너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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