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딸이라서 더 축하해요!"

김 정아 2008. 9. 10. 12:51

2008-09-09 화요일

2주일 전에 우리 집에서 바오로회 모임이있었다.

매번 모임 때마다 회원들의 참석율이 아주 높은 편이다.

그 중 강루시아네는 바빠서 계속 참석을 못하다가 오랫만에 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날 모임엔 ‘surprise’한 소식을 들고 온다는 소리가 있어 모두 궁금해 했다

‘뭐가 놀라운 소식이야?’  ‘뭔데, 뭔데?’하면서 모두들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루시아나 8학년, 9학년에 다니는 아들들은 못 오고 남편만 뒤늦게 참석하셨다.

‘surprise’한 소식은 그야말로 올 일년 중에 주위에서 듣는 소리 중 가장 놀랄만한 이야기로 아이를 가졌다는 것이었다.

회원들 모두 눈을 둥그렇게 뜨고 아주 난리가 아니었다.

“정말이야?, 농담이지? 아니, 루시아 나이가 몇인데 아이를 가져? 장난하지마!” 가 가장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아들이야? 딸이야?”

“그런데 이왕 아이를 주신거라면 딸이었으면 좋겠다. 아들이 둘이니 이제 딸 하나만 있으면 참 좋겠다”

딸이라는 소리에 다들 좋아서 자리에 없는 루시아한테 축하의 인사를 맘껏 건네기도 했다.

회원들도 너무 흥분해서 베이비 샤워를 해 주어야 한다고 해서 내일 해주려고 날짜까지 잡았는데 아이가 한 달이나 일찍 나와서 3일 전에 아이를 낳았다.

 

그래서 오늘은 루시아가 아이를 낳고 누워있는 병원에 다녀왔다.

일찍 태어나서 5.5파운드(대략 2.4키로 정도)의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도 건강해 보이고 산모도 건강해 보여 마음이 놓였다.

미국에 살면서 산모가 있는 병원엔 처음 가 보았는데 정말 얼어 죽을 뻔했다.

에어컨이 얼마나 빵빵하게 돌아가는 지 양말을 신지 않은 발이 차가움을 넘어 시려울 정도였다.

한국에서라면 상상도 못할 몸조리인 것이다.

한여름에 아이를 낳아도 보일러를 켜 놓고 양말을 신고 창문도 못 열게 몸조리를 하는 것이 한국인데 이곳은 얇은 환자복 하나 입혀 놓고 에어컨을  은행건물처럼 차갑게 틀어 놓으니 체질이 다른 우리나라 사람은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개별 조절도 안 되어 쌩쌩거리는 에어컨 바람을 다 맞고 있어야 하니 감기라도 안 걸릴까 걱정이 되었다.

점심 시간이 되어 산모 먹을 식사가 나오는데 난 기절하겠다.

미국 병원엔 특별히 산모를 위한 식사가 나오지 않는다고 들었지만 이건 정말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햄버거, 감자 튀김, 아이스 티, 야채샐러드 ,설탕 덩어리인 케익 하나, 무슨 피클 종류 하나가 나왔고 아침엔 시리얼에 커피가 나왔다고 했다.

그것을 먹고 미국 엄마들은 젖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루시아 주변의 한국 사람들이 미역국이며 밥을 해 날라 아쉬운대로  한국식의 몸조리를 하고 있다.

미국에 와서 미국식을 따르면 체질도 미국식으로 바뀌는가?

참 난감하다.

 

오늘 오후에 퇴원하고 집에 가면 더 편히 몸조리를 할 것이고 산모나 아이가 건강하게 지내게 되길 바라며 집으로 돌아왔다.

 

 *산모 식사입니다. 비행기 기내 식도 아니고 저런 정크 푸드를 먹고 젖이 돌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병원에서는 저렇게 엄마와 아기가 같은 병실에 있습니다.

왼쪽에 강보에 쌓여 있는 아이와 그 옆에 엄마 침대가 있어요.

아이가 원할 때 언제라도 모유를 할 수 있어서 좋겠어요.

last name은 강,  first mame는 효진, middle name은 애나입니다. 그래서 full name은 '효진애나 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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