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12 금요일
허리케인 IKE으로 인한 공포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휴스턴 지역의 모든 학교는 임시 휴교를 시작했고 모든 회사의 사무실도 문을 닫고 학원에서도 전화가 와서 임시 휴업을 한다고 했다.
금요일에 예정되어 있던 풋볼 게임을 어제로 하루 당겨 하겠다고 했는데 그 마저도 못하고 취소가 되어 버렸다.
하긴 사람이 죽고 사는 이 마당에 풋볼이 무슨 대수냐.
어제부터 고속도로는 피난 가는 행렬로 복잡하게 막히기 시작했고, 나도 피난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혼자서 이 걱정, 저 걱정을 다하고 있다.
친구들과 통화하면서 집에 있겠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래, 우리 쪽은 그리 심하지 않을 텐데 그냥 집에 있지 뭐’ 이런 생각을 하다가, 피난을 준비하는 친구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도 떠나야 할 것 같은 마음에 갈팡질팡이다.
기름값은 그제보다 30센트 이상씩은 올랐고 가장 싼 등급의 기름은 이미 바닥이 나 구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할 행동강령에 대해 스콜라 언니한테 전해 듣고 더 주의를 기울이기도 했다.
전기가 들어오는 동안에 꼭 냉동실에 물을 얼려 놓으라고 했다.
전기가 나가서 냉동실의 음식이 상하는 시간을 얼은 물이 냉매제 역할을 해 지연시켜 준다고 했고, 오늘 밤에는 창문이 없는 옷방에서 지내야 한다고 했다.
유리가 깨져 파편에 다칠 염려가 있기 때문이며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아 물이 나오지 않는 사태에 며칠이라도 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애초 코퍼스 크리스티라는 지역(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한참 먼 곳이다.)을 통과해 지나간다던 허리케인은 방향을 바꾸어 휴스턴의 northwest지역을 관통할 거라는 예보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휴스턴의 east지역인 겔버스톤 바닷가 사람들은 이미 대피를 한 상태이고, Bill white 휴스톤 시장은 기자 회견을 통해 휴스턴 사람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고 있는 긴박한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어제보다 허리케인 ‘IKE(아이크)’의 바람의 강도가 세어지고 있어100mph였던 것이 오늘은 105mph로 높아지고 있다.
이 정도 강도로 육지에 상륙한다면 나무의 뿌리가 뽑히고 나무로 지은 집은 날아가 버릴 것이다.
허리케인의 특성이 육지에 도착한 다음에는 세력이 많이 약해지기는 하는데 워낙 세력이 크다면 약해진다고 해도 여전히 맹위를 떨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허리케인의 진로에 대해 보여주는 것을 보면 우리 지역은 그 영향의 가장자리에 들 것이긴 한데 워낙 위력이 크기 때문에 절대 안심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남편은 피난을 안 가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
남편의 친구들도 휴스턴을 지키겠다는 사람들이 많고 ,우리 주위에 피난을 떠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2시쯤엔 월마트를 좀 가려고 나섰는데 평소보다 교통량이 한가하고 피난을 가는 쪽의 교통량도 많은 편은 아닌 것 같다.
이제라도 피난을 나서고자 한다해도 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차에 기름은 꽉 차 있고 길도 막히지 않으니까.
사태가 악화되어 밤 늦게라도 길을 떠나야 한다면 그나마 교통 상황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다.
월마트에 들어섰는데 그 넓은 주차장에 차가 한 대도 없고 월마트 입구는 단단히 봉쇄를 해 놓고 있었다.
다른 마켓이라도 가 보려고 하는데 어떤 마켓도 영업을 하는 곳이 없었다.
판자로 문을 막아 놓고 다들 피난을 간 것 같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또 공포가 밀려오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엔 다른 주택단지도 돌아보았는데 피난을 간 집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오늘 저녁에 고기를 구워 먹자고 오라는 사람이 있는데 아마 거기나 가게 될 지 모르겠다.
우리끼리 있으면 더 공포스럽겠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있으면 공포가 좀더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모이는 것이리라.
부디, 내일 아침을 웃는 얼굴로 맞게 되길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제일 아래에서 빨간 부분 세번째 안이 휴스턴입니다. early sat am이라고쓰여 있는 부분이요. 휴스턴을 정통으로 치고 올라갑니다.
*원래 유리창으로 되어있는 곳인데 이렇게 판자로 막아 놓고 문을 폐쇄했습니다. 월마트예요.
*그래서 그 넓은 주차장엔 차가 한 대도 안 보였습니다.
*옷 가게도 저렇게 판자로 막아 놓았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고요. 어떤 곳은 모래 주머니를 쌓아 놓기도 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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