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이문열님의 '선택'을 읽고.

김 정아 2008. 4. 23. 08:06

2008 4 22 화요일

책의 話者인 나는 400 전인 조선 왕조에서 태어나 살다간 장씨 부인이다.

학문과 덕행이 뛰어난 경당 선생의 무남독녀 외딸로 자라나 남자 선비라는 별칭을 가졌을 만큼 학문과 서예, 도학, 의학에까지도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던 나는 아버지의 한탄 어린 찬사를 받으며 성장했다

우리 집에 복이 없어 네가 여아로 태어난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여자로서 가당치도 않은 학문의 길과 여러 기예의 연마에 몰두하는 동안 덟이 되는 사이 또래 규수들은 출가를 하고 해산을 하기도 했다.

나는 학문을 접고 여덟의 나이로 나라골의 일찌기 상처를 했지만 이시명이라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는 길을 선택했다.

나의 군자는(여기서는 남편) 어려서부터 재질이 뛰어나고 기절이 있어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고 평생을 살면서도 귀한 손님처럼 서로 존중하며 받들고 살았다.

사이에 11남매를 두었는데 모두들 하나같이 학문과 재주가 뛰어나 후세 사람들의 존경과 흠모를 받았고 그로 인해 나는 나라에서 내려주는 정부인이란 봉작을 받았다.

 

나를 수백년 동안의 어둠에서 불러낸 것은 이땅의 슬픈 딸들의 성난 외침이다.

이혼의 경력을 훈장처럼 가슴에 걸고 절반의 성공쯤으로 정의되고, 간음은 황홀한 반란으로 미화되고, 출산과 육아는 자아 성취를 위해 거부되고, 정조의 의무도 낡은 시대 유물로 전락되는 시대가 불안하다.

짧지 않는 일생을 살면서 곳곳에 선택의 여지가 있었지만 여든 세살의 삶의 선택에 조금의 후회도 없다.

시대를 살아가는 현세의 너희들도 삶의 선택에 후회가 없기를 바란다.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

고어체와 문어체의 말투, 페이지에 나오는 대량의 漢詩나 漢字語들에 숨이 막힐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나의 전공분야라 그리 따분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언뜻 보면 페미니즘적인 장편 소설이라는 생각도 있으나 나이 40 넘어가니 생각도 고루해 지는지 장씨부인의 삶이 위대하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젊은여성들은 결혼제도가 억압과 질곡의 삶이라 생각하고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삶이 비생산적이고 비능률적이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혼을 해서 자식을 키우고 남편을 돕는 또한 무엇보다 소중하고 고결한 임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여성들로 인해 사회가 튼튼해지고 아름다워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