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수님, 성모님

요한 복음 필사를 마치고.

김 정아 2008. 2. 25. 23:23

2008년 1월 25일 월요일

지난 12일 부터 시작한 요한 복음 필사가 다 끝났다.

처음엔 뭐 그리 힘들까 라는 대수롭지 않은 생각으로 시작했던 필사가 보통 정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볼펜을 들고 뭔가를 썼던 일이 아주 오래전이어서 몇 줄 쓰고 나면 팔이 뻣뻣하게 굳는 느낌도 들었고, 매끄럽게 써지는 볼펜이 없어 힘 주어 쓰다    보니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팔이 아프기도 했다.

13일간 적어도 1시간 30분 이상을 투자했던 것 같고 완성된 노트의 페이지를 세어보니 33장이나 되었다. 면으로 따지면 65면이나 된다.

 

이 성경을 쓰면서 가족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나 남편은 어찌나 좋아하던지 “ 당신이 요한 복음 쓸 줄은 몰랐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어? 우리 마누라 대단한데!”라는 말부터 시작해 끝없는 관심을 보여 주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오늘 많이 써!”  중간에 전화 해서 “오늘 얼만큼 썼어?”

퇴근해서는 노트를 펼쳐 보면서 “오늘 많이 썼네! 팔 안 아팠어?” 하면서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엘에이에 출장 가면서 비행기를 타면 시간이 꽤 되는데 자기도 비행기 안에서 써 보겠다는 것이다.

“여보, 끝까지 완성할 것 아니면 처음부터 시작하지를 마, 서너 시간 가지고는 어림 턱도 없는 일이니까 그냥 비행기 안에서 자고 가. 우리 집에서 내가 대표로 쓸테니까 자기는 걱정하지마” 하면서 온통 요한 복음이 대화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두 아이에게도 시켜 보자고 했다.

아마 아이들이 강하게 거부할 것이다. 공부할 것도 많은데 우리가 그런 것 까지 써야 하냐면서.

 

아이들도 학교에 다녀오면 “엄마, 오늘 많이 썼어?” 이러기도 하고, 나연이가 쓰고 있는 나한테 와서 귀찮게 하면 원석이는 “엄마 쓰는데 방해 하지 말고 이리와!”하기도 했다.

 

한 번 시작한 것 빨리 끝내야겠다는 일념에 묵상을 게을리 하기도 했고, 글씨체가 아주 날아가는 곳도 많았다.

그러나 자타가 공인하는 날라리 신자인 내가 감히 요한 복음을 쓰겠다는 생각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성했다는 정성은 그 분께서 알아 주셨으면 좋겠다.

 

요한복음의 마지막 구절을 쓰고 볼펜을 딱 놓으면서 “ 얘들아, 엄마 다 썼다! “하고 큰 소리로 외쳤더니 아이들은 박수를 치면서 좋아 해 주었다.

남편에게 다 썼다고 말하니 남편 왈 “ 다시 한 번 써봐, 이제 글씨 흘리지 말고 정성을 다 해서”

맙소사! 또 한 번 쓰라고? 아~휴 그렇게는 못하지!

여하튼 내 생애 처음으로 성경 필사를 하고 나니 뭔가 축복을 받은 듯한 장엄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