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1일 토요일
세월은 언제 이렇게 흘렀는지 올해의 마지막 달이다.
11월 달력을 뜯어내고 나니 마음이 스산해 진다.
오늘 성당의 자모회 가족들이 모두 우리 집에 모였다.
가족들끼리 ‘모이자 모이자’ 했었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고 연말에는 한 번쯤 모여야 할 것 같아서 엄마들이 더 늦기 전에 모이자고 해서 자리를 만들었다.
원래는 회장 집에서 하기로 했었는데 한 시간쯤 걸리는 먼 거리라서 엄두가 나지도 않았지만, 남편 상황이 어떻게 될지 하루 앞도 못 내다 보니 그 먼 거리를 선뜻 가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
일이 바쁘면 사무실에서 일하다 집으로 오는 시간이 더 빠르기 때문에 우리 집으로 하기로 했다.
음식 하나씩 해서 모이기로 해서 내가 느끼는 부담은 없었는데 청소를 해야 해서 어제부터 냉장고 청소며 서랍 속을 정리를 했다.
남편은 청소하는 사람을 불러 대대적으로 카펫도 유리창도 샤워 부스도 다 시키라고 했지만 전화하는 일도 번거롭고 스팀 청소를 하면 밖에 몇 시간을 있어야 하는데 슈가를 데리고 나가기도 복잡해 대충 내가 했다.
여섯 가족이 모이니 24명이나 되었는데 내가 식사량 계산을 잘 못해서 밥이 부족한 과오를 범했다.
게다가 음식도 조금씩 부족한 면이 있어 다들 돌아가고 나서도 기분이 너무나 찜찜한 것이다.
그래도 엄마들은 찬 밥을 데워 먹으면서도 뭔 할 말들이 많았는지 참 즐거웠고, 아이들도 좀더 놀다 가면 안 되느냐고 했으니 이만하면 좋은 모임이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했다.
다들 돌아가고 난 후에 와인 한잔 마신 후유증으로 비몽사몽간에 와인 잔을닦다가 깨트리면서 손가락 두 군데를 찢기도 했다.
여하튼 같은 종교 안에 모여, 따뜻한 마음을 서로 주고 받으며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2007년 12월 2일 일요일
사무실에 나가 있는 남편이 모처럼 저녁을 집에서 먹겠다고 해 저녁 준비를 다 해 놓았는데 누군가 초인종을 눌러 남편인가 보다 하고 나갔는데 남편의 친한 친구 분께서 서 계셨다.
마침 저녁도 다 준비되어 있으니 같이 식사를 하자고 했더니 무조건 옷 갈아 입고 아이들 데리고 밖으로 나오라는 것이다.
오늘 저녁은 밖에서 먹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서 부인께서도 차 안에 기다리고 있으니 막무가내로 나오란다.
남편과 통화를 해야 한다고 했더니 자신이 다 해 놓았으니 그냥 나오기만 하면 된다고 해 나갔다.
"어제가 김형 부부 결혼기념일이었는데 자모회 하느라 그냥 지나갔으니 오늘은 우리 부부가 축하를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아하고 분위기 있는 식당은 아니었지만 한국 식당에서 사 주시는 맛있는 저녁을 먹으면서 참 고마운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로 결혼 16주년 이었다.
참으로 길고도 긴 세월을 같이 살아 내었다.
이틀 걸러 하루씩 싸우고 살면서 내가 과연 이 남자랑 평생을 살 수 있을까 했었는데 그 암담했던 신혼을 거쳐 세월이 지나니 이제 싸울 일이 거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신혼 때보다 훨씬 평화롭고 행복하기도 하다.
지금과 같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으로 앞으로 남은 생도 평화롭게 엮어 가도록 노력해야겠다.
앞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자는 약속도 했다.
올해 기념일엔 다시 반지 하나씩 �추어 끼기로 했는데 정신이 없어 그냥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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