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휴스턴에도 눈이 내리고 있어요!

김 정아 2004. 12. 26. 04:57

2004년 12월 24일 금요일

내가 사는 휴스턴은 텍사스의 남부이다.

 

아래쪽으로 멕시코 만이라는 넓은 바다가 펼쳐지는 곳이고 늦은 3월부터 여름이 시작되어 10월까지 한국과 비교 할 수 없는 뜨거운 날씨가 지속된다.

 

겨울이라 해도 아주 추운 며칠을 빼고는 혈기 왕성한 아이들은 반 팔을 입고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일교차가 크지 않아 한국처럼 예쁜 단풍을 보기도 어렵고, 우리 집 정원의 단풍 드는 나무도 이제 겨우 조금씩 붉은 빛이 돈다.

 

따라서 이곳에서 눈을 보기란 이상 기변이 아닌 한 아주 기적 같은 일이다.

 

혜나는 지금 9살이지만 휴스턴 밖을 떠나 본 적이 없어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손으로 만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겨울 맘먹고 눈을 보여 주기 위해 아이들 데리고 덴버로 스키 여행을 떠났다.

 

제니네도 이곳에 온지 12년이지만 한번도 내리는 눈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이 휴스턴에 눈이 내린 것이다.

 

골프장에 간 남편이 밖에 눈이 내리고 있다는 전화를 했을 때 난 "무슨 눈이 와?" 하며 믿지 않았다.

 

그러나 밖을 나가 보니 정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조금씩 내리던 눈이 시간이 지날수록 제법 함박눈이 되어 내리고 있었다.

 

잔디밭에도, 지붕 위에도, 차 위에도  하얗게 쌓인 눈을 보고 아이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장갑을 찾고 목도리를 찾아 두르더니 눈을 뭉치고 뒹굴며 신이 났다.

 

밤인데도 동네 아이들이 많이 나와 여기저기서 괴성을 지르는 소리가 내 마음까지 들뜨게 만들었다.

 

뉴스에도 휴스턴에 눈이 내리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어 대고 있었다.

 

성탄 즈음에 눈이 온 게 1918년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오늘은 성탄 이브다.

 

때맞추어 내려 주는 눈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이곳에 온지 3년만에 눈을 구경하는 우리도 억세게 운이 좋은 것 같다.

 

*배경에 불처럼 번져 보이는 것은 성탄 장식용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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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말인데도 아직 푸른 우리집 정원의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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