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1일 목요일
우리 앞집 일본 친구 히로미를 집에 초대해 점심을 같이 먹었다.
히로미는 한국 음식에 관심도 많고,무척 좋아 하기도 한다.
언젠가 히로미 남편이 한국 식당에서 만두 국을 먹고 왔는데 너무나 맛있었다고 말했다며 어떻게 하는지 알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 김치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을 다 먹을 수 있는데 김치가 너무 시어서 먹지 못하고 다 버렸다고 했다.
신김치가 있으면 버리지 말고 김치 찌개도 해 먹고 김치 부침개도 해 먹으라고 말 해주었는데 아무래도 히로미 혼자서 이론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아 직접 시범을 보여 주기로 했다.
나는 멸치 국물 내는 것부터 떡을 넣고 만두를 넣고 계란 푸는 법까지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덤으로 김치 부침개를 했다. 김치 부침개 하는 데는 신김치가 최고라며 앞으로 절대로 버리지 말라고 했다.
부산하게 만두 국과 김치 전을 만들어 같이 먹는데 히로미는 감탄에 감탄을 한다.
한국 식당을 가면 해물파전을 꼭 시켜 먹는데 내가 만든 김치전이 훨씬 맛있다며 식당에서 왜 김치 전을 팔지 않는지 너무 아쉬워 했다.
김치 전은 비오는 날이나 겨울에 먹으면 더 맛있다고 말해주었는데 히로미는 이해하지 못하고 왜 그러냐고 설명을 해 달라고 한다.
생각해 보니 나도 아는 게 없다.
우리의 정서상, 관습상 그런 거라고 몸에 익은 걸 어떻게 설명을 해 주나? 날씨와 계절에 맞는 음식 궁합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어 김치찌개도 겨울에 더 맛있다고 말해주었는데 자기도 그 사실은 알고 있다고 해 같은 이치라고만 이야기해 주었다.
난 히로미에게 만드는 법을 거꾸로 나에게 설명해 보라고 하며 모르는 부분을 다시 한번 자세히 짚어 주었다.
히로미 왈 “너 한국에서 선생님 이었다는 것 다 알겠다. 날 학생 대하듯 하네” 하며 웃는다.
우리는 할말이 너무 많아 아이들이 오는 시간도 잊고 열심히 수다를 떨었다.
말 안 통하는 옆집의 백인보다,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공통점으로 우리는 우리 동네의 가장 친한 이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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