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금요일
오늘은 대만 아줌마 티나의 집에 초대 받아 갔다.
그녀는 미국에 온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아들 셋만 데리고 여기서 살고 있고, 남편은 대만에 거주하고 있다. 그녀의 남편은 대만에서 잘 나가는 산부인과 의사라고 한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따로 사는 이산 가족이다.
지난 주에 남편이 일주일간 휴가를 내서 이곳에 다녀갔는데 그 때 그녀의 얼굴은 너무 밝고 좋아 보였는데 남편이 떠난 후 잠시 외로웠다가 지금 다시 괜찮아 졌다고 한다.
티나는 참 씩씩하다.
우리는 감히 운전해서 가 볼 생각을 못하는 다운타운이나 샌 안토니오 같은 먼 곳도 거침없이 다닌다.
누구에게 의지할 수 없으니 당연히 그렇게 되는 가 보다.
그녀의 집에서 우린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유화실력이 대단해 집 곳곳에 그녀가 그린 그림들이 걸려 있었는데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항상 조용해 사실 우리는 그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만 사람들은 아무래도 한국사람들보다 영어를 좀 더 잘하는 것 같던데 그녀의 영어는 영 늘 생각을 안 한다.
“그래도 한 번 말문 터지면 우리보다 열 배는 빠르게 늘 거야.영어와 어순이 같다는 게 어디냐? 실비아 영어 하는 것 좀 봐! 얼마나 잘하니! 티나도 머지않아 실비아처럼 될 거야!”
어제 티나에게 전화를 해 어떻게 집을 찾아 가야 하느냐고 물었는데 한 마디도 못 해주고 도리스(영어가 되는 싱가포르 아줌마) 에게 물어보라는 대답만 들었다고 하자 주위 한국 아줌마들이 하는 소리다.
그래도 우리는 좀 이해가 좀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사실 대만에서도 의사란 직업은 여유가 있을 것이고 미국에 와서 살 계획을 했다면 영어 학원도 다닐 수 있었을 텐데 왜 간단한 단어도 못 알아 듣는지 의구심을 아무도 떨쳐내지 못한다.
어찌 되었든 머지 않아 우리보다 훨씬 잘 할 거라는 걸 우리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아침부터 힘들여 정성껏 준비한 티가 나는 음식으로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그간 서로의 생활들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티나 집에 갈때 사가지고 간 꽃 다발 입니다.
세단을 사서 포장을 해 달라고 했더니 물이 묻으면 초록색이 묻어나는 종이 한장에, 하얀 끈하나 묶어서 주더군요. 꽃 집 아줌마는 너무 예쁘다고 혼자 좋아하는데 대한민국의 화려한 꽃 포장을 보다가 저런 걸 보니 좀 우습더라고요. 물론 꽃은 예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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