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1일 금요일
아침 8시 45분에 집을 나섰다. 사무실 바닥에 있는 물건을 DHL로 다시 미국 내 다른 지역으로 부쳐 주기 위해서이다.
그 시간에 고속도로를 나선 적이 많이 있었다. 당연히 출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골프를 치러 가기 위해서였는데 막히는 길 더 힘들게 골프 가는 길이 미안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오늘은 나도 출근을 하기 위해 나섰다고 생각하니 누가 뭐란 것도 아니었는데 아주 당당해 지는 것이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열어 DHL에 접속을 해서 사무실로 물건을 가지러 오라고 주문을 완료하니 바코드가 나온다.
그것을 프린터로 뽑아 DHL상자에 부쳐 놓고 사람을 기다려, 보내면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이다.
물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바코드까지 받아 기분이 좋아지며 ‘나도 능력있단 말이야’ 하며 혼자서 되지도 않는 거드름을 피워 보기도 했다.
아, 그런데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면 그렇지 일이 이렇게 쉽게 해결 되면 안 되지.
그 컴퓨터와 프린터가 연결이 안 되어 있는 것이다.
다른 컴퓨터에 가서 다시 주문하면 그 바코드가 아니고 새 것이 나와서 비용을 이중으로 부담해야 될 것 같고, 처음 컴퓨터에서 해결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플로피 디스크를 사다 저장을 해서 다른 컴퓨터에서 뽑아 볼까 ?
사러 나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서 안 될 것 같고.
그러다 좋은 생각이 났다.
‘다른 이름으로 그림 저장하기’를 눌러서 ‘내 그림’에 일단 저장을 했다.
그리고서 아래층에 한국 주재원 한 분이 근무하시는데 그분께 부탁을 했다.
메일 한 통 보낼 거니 복사를 좀 해 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 주셨고 드디어 바코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룰루랄라 명함철을 정리하는데 남편이 보내라고 했던 주소의 ‘Austin Industries'의 명함이 두 장이 나와 아무 생각 없이 보는데 그 회사의 지사가 여러 곳이 있는 것이다.
두 명함이 서로 사람이름도 다르고 지역이 달라 가슴이 내려앉으며 어느 곳에 보내는 게 맞지? 하며 서둘러 남편과 통화를 했는데 그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 뭐야?
지사가 여러 곳이면 딱 지정해서 어떤 곳으로 보내라고 해야지 무조건 그 회사로 보내라고 하면 어떻게 해?
명함 두 장이 색깔도 같고, 크기도 같고, 디자인도 같으니 당연히 같은 줄 알았지 다른 지사라고 생각이나 해 봤겠냐고?
이 일을 어찌해야 하나?
처음 주문 한 걸 취소하고 다시 주문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취소를 하지?
DHL웹사이트를 마구 뒤지다가 'pending shipment'에 들어가 방금 전에 주문했던 것을 클릭하니 'void'를 포함해 뭐가 막 뜨고 있어 당연히 ‘void'를 클릭해 취소를 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아래층 주재원 아저씨께 다시 한 번 부탁을 해서 바코드를 다시 부쳤다.
이제 사람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데 느려 터진 이 나라 사람들이 내가 원한 2시 까지 올 것 같진 않아 책을 읽다가 커피를 타서 마시다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중간에 전화도 받아 사장은 한국 출장 가서 다음 주 수요일에 출근한다고 말해 주기도 하면서 .
그런데 뜻하지도 않았는데 1시 50분에 DHL아저씨가 나타난 것이다.
그 흑인 아저씨가 얼마나 반갑던지 내 얼굴이 갑자기 밝아지는 것을 나도 느낄 정도였다.
이 흑인 아저씨는 내가 처음에 주문한 내용만 알고 왔고 그것을 취소하고 다른 바코드를 받은 것을 모르고 와서 좀 당황 하는 것 같더니 잘 해결 해주고 갔다.
이 아저씨가 일찍 온 이유를 알 것 같다.
처음 주문을 10시쯤에 했고 두 번째 주문을 12시쯤 했는데 10시 것으로 왔으니 일찍 온 것이다.
12시에 주문 한 것을 알고 왔다면 그 시간에 왔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여하튼 모든 일을 끝내고 가볍게 사무실을 나와 볼 일을 좀 보고 돌아오니 3시가 되었다.
남편한테 특별수당까지 두둑하게 받아야겠다.
*파트 타임으로 일하던 직원이 그만 두어 지금 저 책상이 비어 있습니다.
제가 일해 볼까 했는데 많은 분들이 말리시더군요.하긴 남편이 허락도 안 합니다만 제가 김치국부터 마셔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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