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바쁘고 우울했던 하루

김 정아 2007. 1. 30. 11:08
 

2007년 1월 26일 금요일

돌아보니 오늘 하루 엄청 바쁜 날이었다.

오늘은 점심과 저녁모임 있었다.

그것도 음식을 하나씩 해 가서 만나는 모임이었다.


아침에 아이들 학교에 가자마자 대만의 티나 집에 가져갈 음식을 해서 도서관의 영어 수업에 갔었고, 끝나고 바로 티나 집의 점심 모임에 갔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있는 아시안 클럽 점심 모임이었다.

티나는 오늘 수업에도 안 나오고 손님맞이 음식을 하느라 바빴다.


학교에서 아이들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나와 저녁에 가져갈 음식 준비를 위해 마켓에 갔다.

원래는 선약도 있었고 남편도 출장을 가는 바람에 바오로(성당 전, 현직 주재원) 모임에 안 가려고 했는데, 오늘 민정이 엄마가 마지막으로 나오는 모임이라고 했고 때마침 선약도 취소가 되었다.

주재원 임기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민정이네의 송별회인데 안 갈 수가 없어 오늘 아침에서야 결정을 했으니 음식 준비가 되었을 리가 없다.

이 모임은 가족동반 모임이라 음식이 제법 품격이 있어야 하는, 좀 부담이 되는 자리다.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있는데 큰 아이는 버스를 놓쳤다고 데리러 와 달라 해서 얼른 학교에서 데리고 왔다.

그리고 잠시 후 나연이가 오더니 메니큐어 사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며 지금 화장품 가게에 가야 된다고 하고, 원석이는 축구 경기 보러 가기로 친구들과 약속했다며 데려다 달라고 아우성들이다.

몸은 바빠 죽겠는데 인상 쓰는 아이들이 보기 싫어 원석이 축구 경기장에 데려다 주고, 나연이 데리고 화장품 가게 가서 메니큐어를 사주고 간신히 집에 돌아와 10분도 안 되었는데 큰 녀석한테 다시 전화가 왔다.

축구 경기가 끝났으니 다시 데리러 오라는 것이다.

중간 중간 음식을 하다 아이들 때문에 오갔으니 음식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간신히 끝내고 남편들이 출장을 간 세 가족이 내 차에 합류해 어두운 길을 40분이나 운전해 도착했다.


만나면 항상 즐거운 모임인데 오늘은 참 많이 섭섭하다.

민정이네는 특별히 우리 가족과 정이 깊은 집이다.

남편이 주재원으로 있을 때 같은 그룹에 근무했었고, 우리보다 한참 어린 부부인데 생각이 잘 맞아 그동안 먼 여행도 여러 번 다녔었고, 만나면 부담 없이 편한 집이었다.

어린 친구지만 맘이 맞았던 한 사람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우울하다.

모임을 끝내고 돌아오니 밤 12시 가까이 되어 있었다.

 

*벌써 한 참 전에 잎을 떨구어야 하는 우리 집 마당의 나무가 아직도 저렇게 있네요.햇빛이 잘 비치는 곳은 단풍이 들었고, 안 비치는 곳은 잎이 떨어졌습니다. 작년엔 낙엽 쓰느라 힘들었는데 올해는 그냥 넘아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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