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17일 일요일
원석이는 방학 한 날부터 2박 3일을 친구 집에 머물러 있었다.
오늘 성당에 가는 길에 친구 집에 들러 데리고 갔다.
가장 친한 친구, 캘빈이 우리 동네에 살다가 이사를 갔는데 아직도 서로 너무 좋아해 방학 때는 서로 집에 가서 보통 2박 3일쯤 머물고 온다.
그런데 이번에는 캘빈 엄마가 조지아 주에 오랫동안 머물게 되어 한국에서 캘빈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봐주러 오셨다.
캘빈을 우리 집에 데려 오자니 미국에 대한 아무 사정도 모르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무슨 문제가 생기면 해결할 사람이 없어 캘빈이 우리 집에 올 수가 없어 원석이를 맡겨 놓고 마음이 너무 불편해 가시 방석이었다.
연세 많으신 어른의 부담을 덜어 드리기는커녕 우리 아이까지 가서 번거로울 거라는 생각을 하니 영 마음이 개운하지 않아 하룻밤만 자고 오라고 해도 이틀을 자야 한다고 물러서지를 않아 할 수 없이 허락을 했다.
오늘 아침에 아이를 찾으러 가는 길도 왜 이렇게 당당하지 못한지 쭈삣거리다 들어갔다.
도저히 빈손으로 갈 수 없어 어제 담은 김치와 몇 가지 반찬을 만들어서 싸들고 , 수퍼에서 사온 식료품 몇 가지를 담아 가지고 갔다.
다음엔 아이가 아무리 원해도 노인 분들 계실 때는 보내지 말아야겠다.
미사를 마치고 돌아와 며칠 전부터 보이지 않던 시계를 찾아 온 사방을 뒤지고 다녔다.
15주년 결혼기념으로 얼마 전에 남편에게 받은, 꽤 고가의 시계였는데 보이지를 않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시계 잃어버렸단 소리도 못하고, 엄마 시계 혹시 본 사람 있냐고 물어보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거리면서 안방이며 화장실, 부엌, 아이들 방, 거실, 온 서랍, 전에 가지고 다녔던 가방, 입었던 바지 주머니, 앞치마 주머니까지 샅샅이 뒤지고 다녀도 도대체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이 안 난다.
‘아휴, 또 남편한테 잔소리 좀 듣겠네!’하며 남편 실망하는 표정까지 떠오르니 더 죽을 맛이었다.
그러다 혹시 차안에는 없을까 하고 내 차안을 뒤져 보아도 안 나오고, 남편 차에는 당연히 없겠지 하고 문을 열어 보았는데 그 속에 얌전히 들어 앉아 있는 시계를 보고 얼마나 기쁜지......
아니, 근데 이 시계가 왜 남편 차 안에 있는 거야?
아, 맞다 내가 며칠 간 남편 차를 빌려 탄 적이 있었다.
그 때 풀어 놓은 것이 기억이 안 나다니.
이게 건망증인가? 그래도 내 친구들 중엔 제일 총기(?)있기로 알아주는데.
저번 날엔 휴대폰도 잃어버리고 오고 아무래도 건망증 초기 증상인 것 같다.
휴대폰 잃어버리고 왔다니 친구가 좋아서 난리가 났다.
“너도 드디어 시작이다. 왜 안하던 짓을 하고 다니냐! 너처럼 머리 빠릿빠릿한 애가 웬 일이라니? 이제 우리 같은 동지가 된 것 같다” 하면서.
결국 휴대폰은 친한 언니의 학원에 두고 와서 바로 찾았다.
여하튼 귀한 시계를 찾고 보니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
*바로 이 시계랍니다.
'나? 백수 아줌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쁘고 우울했던 하루 (0) | 2007.01.30 |
---|---|
오랫만에 마음에 드는 쇼핑을 하고. (0) | 2007.01.08 |
Field trip(소픙)을 다녀와서 . (0) | 2006.12.07 |
먼 여행에서 돌아와. (0) | 2006.12.01 |
중국 공원에 갔어요. (0) | 2006.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