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이승복의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를 읽고

김 정아 2006. 10. 18. 02:36
 

2006년 10월 17일 화요일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라는 책을 하룻만에 읽었다.

책장에서 찾아낸 이 책은 미국에 살고 있는 사지마비 장애인 의사에 관한 이야기였다.

KBS ‘인간극장’을 통해 방송 된 적이 있다니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1970년대 부유한 가정환경을 뒤로 하고 미국 이란 나라를 향해 떠났던 이민 1.5세대였던 이승복은 부모에게 효도하고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빛내며 성공할 수 있는 열쇠로 체조를 택하고 끊임없는 열정과 부지런하고 쉴 틈 없이 악착같이 연습해 전미의 촉망받는 체조선수로 오뚝 선다.

그러나 연습시 어이없는 한순간의 실수로 그는 더 이상 체조를 계속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걸을 수도 없는 척수 손상 장애인이 되어 버린다.

수없는 재활훈련 과정을 통해 그는 체조선수라는 꿈을 포기하고 의사의 길로 목표를 정한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그는 의대에 입학허가를 받고 들어가서도 끝없는 노력으로 존 홉킨스 대학의 재활의학 수석 의사가 된다.

그는 자신의 장애를 축복으로 여긴다고 했다.

특히 재활의학에서는 자신이 가진 장애가 환자를 치료하는데 환자의 마음을 열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일반 사람이라면 그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 앞에 항복하고 분노만 삭이다가 자신을 갉아 먹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분출되는지 가히 존경스럽다.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타국 살이를 하는 사람으로 그의 부모가 지극히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1970년대 약사로서의 삶이라면 저자의 말대로 안정되고 풍요롭게 살 수 있었지만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막연히 단행했던 이민으로 부모는 평생 가난과 중노동에 시달렸다.

하루 서너 시간을 자면서 말도 안 통하는 미국에서 총을 든 복면강도에게 시달리며 하루하루 목숨을 저당 잡히며 살기도 했고, 생계가 막막해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살았다.

자식을 위해 이민을 왔지만 결국 자식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도 없는 모순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나라면 감히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식의 삶도 중요하지만 내 삶도 중요하니까.

 

 

남편의 주재원 임기가 끝나고 이 땅에 살기 위해 식당 설거지부터 시작해 two job, three job을 가지고 하루에 서 너 시간 자고, 오로지 자식의 미래를 위해 내 삶을 희생하며 살아야 한다면 난 일고의 가치도 없이 한국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난 한국인들이 오로지 자식을 위해 자신의 삶을 담보로 무작정 미국으로 오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또 저자는 한국인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으로 한글이름을 고집한 것도 인상적이다.

한국에서 온 아이들은 거의 학교에서 부르는 영어 이름이 따로 있다.

받침이 들어가는 한글 이름을 미국 사람들은 굉장히 어려워한다.

그러나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미국 이름을 만들어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정성스럽게 지어 진 내 아이들 이름을 버리고, 이 나라 사람들 구미에 맞게 이름까지 바꾸어야 하냐며 신경 쓰지 않았다.

원석의 이름은 어느새 저희들이 부르기 쉽게 ‘won'으로 부르고 있고, 나연은 처음엔 발음하지 못하더니 이제 그런대로 제법 나연이라고 발음한다.

그런데 5학년이 되기 전 아주 심각하게 영어 이름이 있어야겠다고 한다.

처음 학기가 시작되면 선생님들이 자기 이름만 안 불러 준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Nayeon이라고 부르고 중학교에 가면 영어 지름을 짓겠다고 한다.

이 승복이 나중에 S. B(에스비)가 된 것처럼 이 땅에 오래 살 거니까 영어 이름을 하나 지어 줄까 고민 중이다.


여하튼 쉽게 풀어 쓴 이 책은 우울증에 빠진 사람, 장애로 고생하는 사람, 새로운 의지가 필요한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