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너무나 비정하고 냉엄한 이야기
♥비정한 모성♥-농촌에서는 빚에 시달리고 삶에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느꼈을 때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
그 농약 중 그라목손이라는 제초제는 소주 컵 반 컵의 분량을 마셨을 때는 치료의 의미도 없고, 한 컵 일 경우 치사량이다.
그 환자들은 이틀이나 사흘 후 자신의 폐가 굳어져 더 이상 숨이 쉬어지지 않는 고통을 느끼며 서서히 죽어가게 된다.
의사들은 단 한 번도 회생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부는 어느 날 응급실로 사이렌을 울리며 환자가 실려 왔다.
그라목손을 마신 40대의 한 팔이 없는 남자였다.
이미 입주위로 녹색의 액체가 흥건하게 흘러나오고 상태를 본 의사들은 서로 간에 가망이 없다는 눈짓을 주고받았다.
일단 위 세척액을 엄청나게 흘려 넣고 몇 가지의 약이 투입되었지만 환자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의사는 70대의 노모를 불러 아들의 상태를 확인시켰다.
절대 돌이킬 수 없는 상태지만 중환자실로 보내 마지막까지 숨이라도 편하게 쉬고 갈 수 있도록 하자는 말에 노모는 치료비를 물었다.
원래 자살 환자들은 의료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치료비가 많이 들 거라는 말에 삶에 찌든 노모는 “나 돈 없어. 그냥 죽어야지 어떻게 해 .살리겠다면 몰라도 왜 가망도 없는데 병원에 있어? 그냥 집에서 죽게 내버려 두어 ” 하면서 아들을 돌아보았다.
아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퇴원을 했다.
아들은 칼바람 부는 추운 거리를 위세척에 젖어버린 옷을 걸치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병원 문을 나섰다.
당연히 택시를 타고 갈 거라는 상식을 깨고 그들은 겨울 날 예정된 죽음을 앞두고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너무나 안쓰럽게 느낀 의사는 택시타고 가라며 주머니에 있던 돈을 건넸으나 그 돈은 할머니 주머니에 그대로 들어가고 그들은 걷던 길을 계속 걷고 있었다.
40대 장애인 아들과 칠십의 노모, 죽음 앞둔 아들과 세상을 향한 증오에 찬 노모.
자식 죽은 뒤에 엄청난 부피로 다가 올 빚에 대한 걱정으로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가는 노모.
마음속으로 피 눈물을 삼켰을지 모르지만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가 있는지.
돈 앞에서 냉엄해지는 노모의 심정, 어차피 죽을 아들이기에 그렇게 밖에 할 수없는 노모의 심정을 이해해야 하는지 어쩐지 헷갈리는 내용이다.
이 책은 상, 하권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분명 따뜻한 이야기들도 많지만 난 하권은 읽지 않기로 했다.
책장마다 피로 물드는 듯한 느낌, 치매 할머니 이야기(차마 이곳에 쓸 수 없었다. 쓰자면 내가 한 번 더 그 부분을 읽어야 되는데 잊고 싶다. 너무 끔찍해서.)는 너무 무서워서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을 지경이었다.
밤에 읽은 책이라 그런지 남편 옆에 누웠어도 그 영상이 눈앞에 둥둥 떠다니는 듯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건강한 몸을 감사하게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 앞으로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사들의 인간적인 고뇌, 따뜻한 감성을 가진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책의 향기 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라이라마의 '용서'를 읽고 (0) | 2006.10.16 |
---|---|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읽고 (0) | 2006.10.04 |
박경철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읽고 -첫번째 (0) | 2006.09.21 |
스펜서 존슨의 '선물'을 읽고 (0) | 2006.09.19 |
엘렌 싱어의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고 (0) | 2006.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