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박경철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읽고 -첫번째

김 정아 2006. 9. 21. 01:15
 

2006년 9월 19일 화요일

현직의사가 쓴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의사 생활을 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따뜻하게 , 그리고 생생하게 풀어낸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병원 24시라는 티비 프로그램 내용과도 통할지 모르겠다.

수많은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때로는 표현들이 너무 재미있어 혼자 낄낄거리며 웃다가, 감동적인 내용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다가, 끔찍했던 상황 때문에 잠드는 일조차 무서워했던 적도 있다.


그 중 몇 가지 내용만 간추려 보고자 한다.

1.감동적이며 슬픈 이야기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 횡단보도를 건너던 할아버지가 신호를 무시한 승용차에 치여 눈 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모습으로 응급실에 실려 온다.

보호자로 온 할머니에게 환자의 위급한 상황을 설명하자 할머니는 중환자실에 할아버지와 같이 있게 해 달라고 사정을 하지만 허락 할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의 상황이 조금 수습이 되어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다가 기막힌 사연을 듣게 된다.

일제시대에 할아버지와 결혼 해 두 달을 오순도손 살다가 강제 징용으로 일본군에게 끌려간다.

해방이 되고 육이오가 지나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고 그 사이에 시부모님 모두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혈육 하나 없는 할머니는 끼니 때 마다 할아버지의 밥 한 그릇을 더 해 놓고 하염없이 기다린다.

 

무심히 흘러가던 어느 해 일본 NHK방송에서 할아버지의 행방을 찾아 할머니를 모시고 남편이 있는 사할린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이제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된 남편을 만나게 된다.

할아버지 또한 언젠가는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50년 세월을 그렇게 홀로 살고 있었다.

 

일주일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할머니는 혼자서 한국에 오게 된다.

한국과 일본의 인도적인 협력으로 할아버지는 꿈에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와 할머니와 같이 살게 된 지 두 달 만에 사고를 당하게 된다.

결혼 한지 두 달 만에 전쟁터로 끌려가 행방이 묘연하기를 50년, 50년 만에 귀향해 이제 늙어버린 아내와 재회, 다시 두 달 만에 당한 교통사고.

너무나 가혹한 운명, 질곡의 우리 역사를 그대로 담아내는 한 개인의 역사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위험한 고비를 넘긴 것 같은 할아버지는 결국 패혈증으로 그렇게 곱던 아내를 두고 홀로 떠난다.

 50년 만에 만난 아내를 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마음이 미어진다.

‘사랑’ 이라는 말은 적어도 이런 경우를 두고 써야 하는 것은 아닌지?

 

난  미즈 넷이라는 사이트를 가끔 들어간다.(불행한 사람들과 비상식적인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아 이제 안 간다)

만난 지 한 달 만에 죽도록 ‘사랑’해서 동거에 들어가 임신했다는 소리를 듣고 남자는 낙태하라고 강요하고, 여자는 눈물을 찔끔거리다 남자를 떠난다.

그 사이트에서 넘쳐나는 이야기들이다.

그들에게 ‘사랑’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육체적 쾌락 그 이상은 아닐 것이다.

‘사랑’이라는 말이 너무나 천박하게 타락한 세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노부부 앞에서 다시 생각해 본다.

 

*두편의 에피소드를 썼는데 너무 길어 한 편씩 나누어서 올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