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5일 화요일
성당 도서실에서 책을 찾다가 박완서님의 ‘아주 오래된 농담’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박완서님의 책은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도대체 이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00년에 출간된 책이니 보았을 가능성이 아주 많지만 확실하지 않아 첫 장을 넘겨봐도 주인공들의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일단 빌려가서 읽은 책이면 반납해도 되니 빌리기로 했다.
여러 장을 넘긴 후에야 이미 읽었던 책임을 간신히 기억해 냈다.
읽고 나서 짧게라도 메모를 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영빈은 사회규범과 도덕을 아주 중요시하는 지극히 모범적인 가장이며 훌륭한 의사다.
초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현금을 만나 그녀와의 불같은 불륜을 저지르며 결국 껍데기뿐인 몸으로 가정으로 돌아간다.
작가들은 불륜마저 어떻게 그렇게 아름답게 미화 하는지 화가 난다.
(개인적으로 ‘위기의 한국 주부- 애인 없는 사람 없다’ 따위의 신문기사도 넌더리가 날 만큼 싫어한다.
내 주위엔 눈 크게 떠도 그런 사람 단 한 명도 없다.)
여하튼 영빈은 동생 영묘에게 지극 정성을 보이는 오빠다.
영묘의 남편 송경호는 폐암에 걸려 영빈의 병원에 입원한다.
경호는 재벌가의 장남이며 그의 아버지는 그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절대로 경호 본인에게 알리지 말 것을 명령한다.
경호는 제 몸에서 일어나는 병이 단지 결핵이라고 믿고 있다가 피를 토하고 병원으로 실려가 마지막 임종 직전에 알게 되어 결국 눈도 감지 못하고 세상을 뜬다.
영묘는 시아버지가 고의로 경호에게 병을 알리지 않았다는 추측을 한다.
경호가 처자식을 위해 뭔가 대책을 세우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영묘는 재벌가의 맏며느리이면서 손에 가진 돈이라고는 한 푼도 없는 무일푼의 며느리가 된다.
그래서 송회장 밑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움쩍달싹 못하는 기가 막힌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만다.
큰 오빠 영준의 도움으로 숨 막히는 시집을 나와 두 아이를 데리고 유학을 가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가정 ,가족이라는 기본 테두리마저 자본주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송 회장의 의식 구조가 소름끼칠 만큼 잔인하다.
자식의 죽음을 지켜보며 송회장은 항암치료를 한 번이라도 하면 대체의학이나 기 치료가 받지 않는다며 한 번의 항암 치료도 못 받게 했던 비정한 아버지였다.
영빈이 가장으로 아버지로 단단하게 지키려 했던 가정도 자신의 한 때 불륜으로 , 그 불륜을 아내가 알았더라면 물거품처럼 깨져 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시대의 가정과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책은 꽤 읽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까지는 독후감을 쓰지 않았네요.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읽은 책들을 기록하려고 오늘 카테고리 하나를 더 만들었습니다.
'책의 향기 속으로'는 독후감을 쓰는 곳으로 하겠습니다.
이제 부지런히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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