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최정미 외 -'부부로 산다는 것'을 읽고

김 정아 2006. 9. 2. 02:48
 

2006년 9월 1일 금요일

도서실에서 ‘부부로 산다는 것’이란 책을 빌려 왔다.

라디오 방송국에서 방송되었던 내용 중 감동적인 부부이야기들을 엮어 모아서 편집한 내용이다.

새털만큼 가벼운 사랑으로 살아가는 요즘, 작은 바람 한 줄기에도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신뢰 없는 사랑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남녀가 결혼해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눈물 나는 과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행복한 가정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 편이 있다.


♥그녀의 낡은 신발을 내버리는 것♥

남편은 결혼식에 입고 갈만한 양복이 없다.

아내와 신사복 매장에 들러 자기 맘에 드는 것 한 벌을 고른다.

비싸긴 하지만 이왕 사는 것 욕심을 부려 좋은 것으로 골라 수선을 맡기고 아내와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중에 아내의 샌들 끈이 떨어졌다.

개의치 않고 집에 돌아와 흐뭇한 마음으로 양복을 입어 보는데 아내는 베란다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가보니 끊어진 샌들 끈을 바느질 하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신발장을 열어보니 거기에는 남편의 운동화며 구두가 계절별로 자리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봐도 아내가 신을만한 신발은 없었던 것이다.

몇 년째 죽 아내는 그 낡은 신발만 신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다.

이정도면 가정에 충실하며 괜찮은 남자 인줄 알았는데 아내는 제대로 된 신발 한 켤레가 없는 것이다.

오로지 나만 알고 살아온 세월이었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 새 신발을 사주고 싶었지만 지갑 속엔 만 원 짜리 한 장 달랑 들어 있다.

남편은 만 원짜리 신발 하나를 사서 아내에게 던져 주며 말한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하면서.


♥그녀가 원하는 책을 사다 주는 것♥

어느 날 점심에 가장 아끼는 책을 냄비 받침으로 쓰고 있는 아내를 보고 교양 없는 여자라며 소리를 꽥 지른다.

대학시절 문학 동아리에서 촉망받았던 아내, 언제나 책을 끼고 살았던 그녀가 이제 책 한 권 읽기는 고사하고 티비 드라마에만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며  한심하다며 투덜거린다.

아내는 화장실에 들어가 수돗물을 틀어놓고 엉엉 울고 있다.

저녁 시간이 다 될 때까지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자 냉장고를 열어 음식을 찾고 있는데 제일 윗칸에 두꺼운 책 한권이 올려져 있다.

자세히 보니 아내의 가계부였다.

빼곡하게 자그마한 글씨로 자동차세, 병원비 , 식료품 내역이 들어 차 있었으며 메모란에 써있는 글을 읽게 된다.

‘할인점에 갔다가 서적코너에 들렀는데 아무개의 신작소설이 나와 있었다. 사고 싶었지만 독한 마음을 먹고 그냥 나왔다. 이번 달에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힘내자 힘!’

남편은 다음 날 서점에 가서 그녀가 읽고 싶었던 책을 건네며 말한다.

“앞으로 이것으로 냄비 받침 써!”


변변한 샌들 한 켤레 살 수 없었던 그들, 책 한 권 살 수 없을 만큼 가난했던 그들은 지금쯤 대한민국의 어느 하늘 아래선가 굳건한 가정을 지키며 살고 있을 것이다.

어떤 풍파도 헤치면서, 어떤 어려움에도 끄떡없는 철옹성 같은 사랑으로.

사랑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두 부부가 힘을 합해 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한 송이 꽃을 피울 때까지 땀을 흘려야만 아름다운 열매를 거둘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모든 부부들이 화목한 가정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면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