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진호야 사랑해' 를 읽고

김 정아 2006. 3. 8. 05:12

 

2006 3월 5일 일요일

지난 연말 우연히 빌려다 보게 된 시상식  중 한 프로그램에서 태진아의 동반자란 노래를 박자에 맞추어 잘 부르던 10대 소년을 보게 되었다.

평범한 10대 같아 보이진 않았는데 그 아이 이름이 진호라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인터넷 뉴스에서도 많이 들었던 이름이었다.

무슨 무슨 큰  수영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메달을 받았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고 시간이 지나 도서관에 책을 고르다가 진호야 사랑해 라는 제목을 보게 되었다.

시상식의 진호와 발달장애아라고 표현된 진호가 동일 인물 이었다.

 

자폐란 판정을 받은 네 살부터 열 아홉에 이르는 지금까지 진호와 진호 엄마의 삶이 고스란히 베어 있었다.

세 살이 되도록 엄마란 소리를 못하면서도 한 가지 사물에 집착을 하면 그 물건이 찌그러들고 칠이 벗겨질 때까지도 한시도 놓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다른 사물로  옮겨가 그 것 이외는 또 아무것도 돌아보지 않게 된다.

자기 얼굴에 모래를 뿌려대고 유리조각을 뿌려대는 자해 행위 앞에 엄마는 죽음을 생각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어찌해서 학교에는 들어갔지만 엄마가 시야에서 한시도 벗어날 수 없어 교실 안에 있어야 했고, 사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일 수 있었다.

학교를 그만두고 진호엄마는 엄마 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교육시켜 나갔다.

 

집안의 모든 도구들이 진호의 교육 도구로 사용되었고, 시골의 한 분교에서 아프리카 원주민처럼 자연의 위력을 느끼게 해 주었다.

엄마의 정성스런 마음이 통해 아이는 차츰 많은 것들에서 적응해 갔다.

컵 라면과 초코렛만 먹던 아이의 편식 습관을 고치기 위해 강원도 지역으로 거처를 옮겨 여섯 끼씩을 굶겨가며 결국 밥을 먹게 한 대목에선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자기 자식 귀하지 않은 부모가 세상에 어디에 있겠는가?

굶어 비틀거리는 자식 앞세워 모진 산행을 하고 내민 밥을 받아 먹지 않을 때 보통 부모라면 내 마음이 아파 그냥 포기하고 컵 라면을 주었을 텐데  역시 강한 어머니였다.

죽음을 걸고라도 고치고 싶었던 편식 습관이었기에 맘을 다져 먹고 결국은 밥을 먹게 한 것이다.

편식 습관을 고친 이후부터 진호의 사회성은 고속 질주를 할 만큼 발전해 갔고  수영이라는 탈출구를 찾아 에너지를 분출하며 사회 속으로 한 발자국씩 걸어 들어 갈 수 있었다.

장애아 수영대회 뿐만 아니라 일반인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만큼의 소년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진호 엄마의 노고에 책을 읽으면서 내내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진호 보다 하루 만 더 세상에 살다 가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엄마의 마음을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이해 할 것이다.

이제 그 기도에서 더 나아가 좋은 여자를 만나  좋은 가정을 이루길 꿈꾼다고 했다.

결혼을 하고 독립된 가정을 갖게 되면 자폐는 거의 나았다고 해도 되는 병이라 했다.

나도 진호 엄마 만큼의 마음으로 진호에게 착한 여자 친구가 생기기를 바라게 되었다.

 

신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준다고 했던가?

그런 재목임을 알고 진호를 맡겼을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진호의 엄마이기를 바란다는 대목에서 다시 눈시울이 적셔진다.

이 세상 가장 헌신적인 엄마의 모습이 아니고 무엇인가?

진호 엄마 같은 엄마를 만나 이 세상에 빛을 발하며 살 수 있어 진호는 참 행운아다.

 

진호 엄마, 유현경씨의 삶은 엄마로서 세상의 누구보다 성공한 삶이라고 확신한다.

이제 여자 유현경의 삶, 아내 유현경의 삶도 돌아볼 여유가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약자의 삶에 대해,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한번쯤 관심을 가지고 함께 가는 사회가 될 수 있기도 바란다.

 

멀쩡한 아이가 조금만 투정 부려도 귀찮다고 윽박지르고, 나 피곤하면 곧장 침대로 가 누워버리는  이기적인 나의 모습도 돌아보았다.

엄마의 노고와 정성 속에서 아이는 저렇게 자라 가는데 난 해준 것도 없으면서 아이들이 잘 해 주길 바라는 염치 없는 욕심도 돌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