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파울로 코엘료의 '11분'을 읽고

김 정아 2006. 3. 19. 00:04

2006 3월18일 토요일

지난 연말에 한국에서 출장자가 오면서 ‘11이라는 책을 선물로 주고 갔다.

연말쯤 읽기 시작하다가 남편의 한국 귀국과 더불어 마음이 너무 산란해 하루 10장쯤 읽다가 접어두고, 다음날 다섯 장쯤 읽다가 접어두고 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책상 한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고,  얼마 전에서야 다시 눈에 보였다.

 

브라질의 미모의 마리아라는 처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방직회사에서 일 하다 스위스의 모델 에이전시에 취직이 되어 갔다가 방황하는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약속받았던 모델이 되지 못하자 스위스 말도 못하는 미모의 외국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이 되어 있었다.

아랍의 한 남자와 하루 밤을 보내는데 천 프랑을 받게 된 마리아는 고급의 바에 취직이 되면서 창녀의 길을 가기 시작한다.

많은 남자들을 만나 하룻밤을 보내면서 느끼는 마리아의 마음이 곳곳에 일기 형식으로 나타난다.

두 남녀가 만나 옷을 벗고, 예의상 애정어린 몸짓을 하고, 하나마나한 대화를 몇 마디 나누고, 다시 옷을 입는 시간을 빼고 섹스를 하는 시간은 고작 11분이란 것이다.

11분을 위해 결혼을 하고 , 가족을 부양하고, 때로는 여자를 사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강렬한 만남으로 기억되는 두 남자에 대해 나온다.

특별손님이라는 테렌스와의 첫만남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천 프랑을 받는 것으로 시작해 두 번째 만나는 밤에 온갖 가학으로 이어졌다.

채찍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왔고 수갑을 찬 손목에 생채기가 나며 느끼는 고통, 발목을 묶은 가죽 끈, 재갈 등이 쾌락으로 느껴지다니 가히 새디즘과 마조히즘의 극치였다.

 

또 한 사람의 특별 손님 랄프.

촉망 받는 유명 화가인 랄프는 명성과 돈과 지위를 가지고 있었고 두 번의 결혼을 한 사람이었지만 누구한테도 진실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

마리아와의 관계에선 11분이 아니라 영원을 느꼈고 그 시간들이 성스러운 시간으로 변하며 진실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마리아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에 사랑을 확인하고 그와의 영원을 꿈꾸게 된다.

 

중간에 나오는 마리아의 일기들이 결코 쉽지 않은 내용들이었고 거의 세 달에 걸친 기간동안 읽었기 때문에 내용을 내가 잘 이해한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요즘 너무 가볍고 쾌락에 의존하는 성문화에 대해 진지한 고찰을 하게 해 준 작품이라 하면 맞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