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30분이나 기다렸는데 또?

김 정아 2006. 8. 19. 15:06
 

2006년 8월 18일 금요일

조카는 다음 주 화요일에 한국으로 돌아간다.

갈 준비를 서서히 해야 할 것 같아 그 동안 찍어둔 사진을 뽑으려고 월마트에 갔다.

 

내가 가진 디지털 카메라의 칩을 넣는 기계 앞에 가니 젊은 아가씨들 둘이서 그 기계를 쓰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면 내 차례가 될 것 같아 카메라들을 구경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가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속도를 내지 않고 잡담을 해 가며 조작하고 있었다.

그렇게 기다린 지 거의 30분이 넘었는데도 계속 그러고 있는 것이다.

화가 나기도 하고 속이 터지기도 해 “ 아직 멀었니? 나 지금 거의 30분 기다리고 있다.” 했더니 “미안한데 친구 결혼사진이라 시간이 좀 걸린다” 하는 것이다.

30분을 기다렸는데도 아직도 더 해야 한다고?

그래서 메니저에게 물어  나 저 기계 써야 하는데 한 대 밖에 없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도 답답했는지 자꾸 아가씨들을 바라보며 xd사이즈는 한 대 밖에 없으니 조금 더 기다리던지 아니면 다음에 오라고 한다.

굳이 오늘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만큼 기다리다 그냥 가는 것이 억울해 나 오늘 꼭 필요하다고 하며 끝까지 기다리다 주문을 하고 왔다.

난 기본적으로 디카에서 뽑지 않을 사진들은 미리 지우고 오기 때문에 주문하는 데 1분도 안 걸린다.


내가 아직도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사는지 모르겠다.

‘빨리 빨리’에 젖어 일을 빨리 해치워야 하고 , 또 내가 기다리는 게 싫으니 남도 기다리는 것을 싫어 할 거라 생각하는 데 이곳은 좀 다른 가 싶은 생각이 든다.

자기 차례이기 때문에 남에게 방해 받지 않아야 되고, 그렇게 기다리는 것에 신경질을 부리지 않아야 되는 가 보다.


작년에 이비인후과에 예약을 하고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아침 일찍이라 그 전날 친구 집에 아이까지 맡기고 엄청 밀리는 고속도로에 혹시 예약 시간 늦을까봐 조마조마 하며 갔었는데 병원에 들어서니 의사가 수술이 잡혀 오늘 진료를 못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라면 당연히 오늘 진료를 할 수 없으니 오지 말라고 전화를 해 주었을 것 같은데 예약 된 진료 시간까지 기다리게 해 놓고선 의사가 없다고 환자를 돌려보내고 있었다.

뭔가 항의를 하고 싶었는데 다른 미국인들도 나처럼 기다리다 아무 소리 안하고 그냥 돌아가고 있었다.


그 때도 내가 느끼는 감정은 참 복잡했었다.

그런 불합리한 상황까지 참아 내야 하는 것인지, 아무 불평 없이 무조건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참 알 수가 없다.

그게 미국 문화라면 난 오늘 엄청 무식한 동양 아줌마 소리를 들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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