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고.

김 정아 2006. 8. 16. 00:17
 

2006년 8월 14일 월요일

한국에 있는 동생의 상황을 전해 들으면 하루 종일 우울하고 밤에도 거의 잠을 못 자고, 악몽에 시달리다 깨어난다.

그렇다고 내 우울함 때문에 전화를 안 할 수도 없고, 전화 한 통이라도 해서 엄마께 마음의 안정이라도 드리는 것이 내 도리이다.

1차 항암 치료를 받은 동생은 눈에 띠게 핼쑥해지고 음식을 먹을 수도 없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듣고 나면 나 또한 하루 종일 괴롭고 내 맘을 주체 할 수 없을 만큼 아리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려서 인지 요즘 몸이 한꺼번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며칠 전부터 귀가 욱씬거린다 싶더니 급기야 4년 전 만성 중이염으로 고막 재생 수술을 받았던 귀에서 고름이 흘러 나왔다.

깜짝 놀라 병원에 갔더니 다행히 고막 부분은 이상이 없고 세균이 침투했다며 귀의 고름을 빼내고 약을 넣어주며 일주일 후에 다시 오라고 했다.

전에는 본인 부담금이 15불이었는데 새로 바뀐 보험이 좋은 거라고 하더니 1불도 내지 않고 왔다.


귀와 동시에 문제를 일으킨 것은 피부였다.

팔과 다리에 빨간 점들이 나더니 엄청 가려워 긁지 않을 수가 없어 얼얼하도록 긁고 나니 여기저기서  피가 맺히고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그러더니 얼굴까지 올라와 심하게 붓고 무거울 정도까지 된 것이다.

남편이 거래처 미국인들을 통해 여기 저기 피부과를 알아보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9월 중순까지 예약이 다 찼다는 것이다.

어느 곳은 휴가 갔다가 9월 중순에나 진료를 시작하고 어느 곳은 우리 보험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도 해 더 알아보는 것을 포기하고 임시방편으로 약국에 가서 알러지용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사서 쓰니 조금 나아지는 것 같더니 다시 시작이다.

도저히 안 되겠기에 한국 내과에 전화 해 보았더니 웬만한 피부는 볼 수 있으니 나와 보라고 해 예약을 해 놓았다.

내과에서 피부 트러블을 볼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급한데 거기라도 가야지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곳에 살면서 가장 불편한 곳이 병원이다.

시스템을 모르니 우왕좌왕하고 병원 한 번 가기가 너무 힘들다.

좋은 보험을 가지고도 피부과를 못 가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병원 문제를 생각하면 도대체 살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는 미국이다.

안 아프고 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이미 청춘을 넘은 몸은 여기저기 삐걱거리니 앞으로 얼마나 더 병원 때문에 괴로워해야 하는지 불 보듯 뻔한  노릇이다.


*왜 미국 피부과가 그렇게 만원인지 아시는 분, 좀 가르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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