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2일
토요일
미국에
와서 한동안 오로지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CNN을 비롯해 미국 어린이 교육방송을 열심히 봤었다.
물론
무슨 말인지는
1%도 못 알아 들었지만 왠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 방송이 너무 그리워 지는 것이다.
국제
방송에서 하는
30분간의 MBC 뉴스를 보면서 그 그리움을
풀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에게 한국 드라마 비디오를 몇 개 빌려 보면서 너무나 행복했다.
한국의
문화에 굶주리고
, 한국 드라마의 아름다운 영상에 홀딱 반해 본격적으로 친구 다섯 명이 돈을 걷어 비디오 클럽을 만들게
되었다.
한
친구가 한국에서 재미있다는 드라마를 비디오로 빌려오면 다섯 명이 돌려서
보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거의
4년 동안 우리가 본 드라마는 손으로 꼽을 수도 없이 많다.
겨울
연가,
올인, 대장금, 꽃보다
아름다워. 상두야 학교 가자, 풀 하우스, 앞집여자, 결혼하고 싶은 여자, 여름
향기, 천국의 계단, 파리의 연인, 슬픈 연가, 그린 로즈, 쾌걸 춘향,
불량주부, 두 번째 프로포즈, 부활, 변호사들, 장밋빛 인생, 패션70, 온리 유, 내 이름은 김삼순,
이 죽일 놈의 사랑, 서동요,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프라하의 연인, 황금사과, 마이걸, 서울1945, 궁, 달콤한 스파이, 최 신작 봄의 왈츠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유행한 드라마를 우리는 모두 꿰뚫고
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엄청 많이도 봤다.다 기억하느라 머리에 쥐 나는 줄 알았다.
그
중에 ‘꽃보다 아름다워’의 김명민을 보고 무척이나 무덤덤한 내가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던 기억도
난다.
내
남편보다 멋있는 남자 처음 봤다며 농담을 하고 다닌 생각도 난다.
여하튼
한국 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지금도 행복하고,
밋밋한 외국 생활에 빠트릴 수 없는 삶의 낙이 되기도 한다.
멀리
떠나 있어도 한국인의 일원이라는 생각도 들고,
한국에서 숨 쉬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중독성이
강해 드라마에 한 번 빠지고 나면 다음 편이 나올 때를 기다리기 감질나기도 하고 지루할 때도 있다.
그래서
어떤 때는 드라마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첫 회부터 마지막 편까지 한꺼번에 빌려와 밤을 세면서 보기도 한다.
그러니
살림하는 주부가 가정 일에 소홀할 때도 많다.
봄의
왈츠
1,2회를 열심히 보다가 외출을 해서 돌아와 다음 편을 넣고 기다리는데 비디오의 전원이 들어 오지
않는다.
뒤에
선이 잘 연결이 되지 않았는가 확인을 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나는
바로 고장이 났다고 단정 지어 버렸다.
아마
큰 아이에게 어디가 문제인지 알아보라고 했으면 금방 찾았을 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가져온 비디오라
220볼트인데 여기는 110볼트라 트랜스를 사용하고 있어 전선이 여러 개가 얽혀
있는데 그 중 뭔가 빠졌다거나 연결이 잘 안되어 그럴 수도 있을 것인데 난 고장이 났다고 단정 지어
버렸다.
그리고
집에 있던,숙제처럼 보아야 할 15개가 넘는 비디오를 다 담아 다음 순번에게 돌리며 “우리 집 비디오 고장 났어,
나 당분간 비디오 못 보니까 나 빼놓고 돌려” 라고
말했다.
친구들은
“너 빠지면 재미없어, 비디오 안 보면 왕따 당하는데 왜 안 봐, 고장 났으면 가서 사, 비디오 50불이면 사는데 빨리
사와” 한다.
그러나
당분간 나는 비디오를 고칠 생각도,
살 생각도 전혀 없다.
비디오를
안 보니 내 집안이,내 생활이 달라진 것 같다.
청소기를
한 번이라도 더 돌리니 실내 환경이 쾌적해진 것 같고,
비디오 볼 시간에 몸을 움직여 스트레치 한 번 이라도 더하니 가벼워진 것 같고, 세탁기를 한 번이라도 더 돌리니 아이들이 원하는 옷을 바로 챙겨 줄 수 있고, CNN뉴스를 한 번이라도 더 틀어보니 단어 하나라도 찾아보게 되고, 아이들 간식이라도 한 번 더
신경 쓰게 된다.
드라마에서
벗어나 내게로 돌아온 시간을 더 잘 활용해 보고 싶다.
*사진을 보다가 놀라신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와 보니 저 동물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아마딜로'라는 하는 동물입니다.
백과사전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데 일단 제가 아는 한도에서 써 봅니다.
딱딱한 등껍질이 있고 곤충이나 벌레들을 잡아 먹고 살며 세균이 많은 동물이라고 합니다.
땅을 파서 작물에 피해를 입히기도 하지요.
그런데 저것이 텍사스 상징 동물입니다.빠르지 않고 어슬렁 거리며 다닙니다.
살아 있는 것을 처음 본 것은 3년전쯤 야영할 때이고, 차에 치여 죽어 있는 시체는 아주 자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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