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기말고사도 보았어요.

김 정아 2006. 7. 26. 21:08
 

2006년 7월 3일 월요일

원석이가 처음에 한국 학교에 가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조건을 제시하기를 학교 기말고사기간에는 집에서 쉴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했다.

첫날 담임선생님을 만나 기말고사기간에는 집에 데리고 있겠다고 말씀을 드리니 “그것도 경험인데 시험 보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으니 결석 하지 말고 보내달라.”고 하셨다.

선생님 말씀에 토를 더 달지 못하고 나왔고, 시험기간 때 쯤 다시 전화로 부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니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선생님께 전화를 해 보라고 해서 다시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 원석이가 기말 고사를 보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으니 집에서 가정 학습을 시키겠습니다.”

“어머니, 원석이 시험은 전산처리 안 할 것이니 아무 부담 없이 시험 보라고 했으면 좋겠네요. 한국 학교 시험을 보는 것도 원석이에게 큰 경험이 될 것입니다. 원석이가 원하지 않으면 제가 내일 원석이 만나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일단은 시험을 보는 걸로 알고 계시면 좋겠네요.”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에 더 이상 뭐라 못하고 “알겠습니다.”하고 아이에게 보이지 않게 회심의 미소를 짓고 전화를 끊었다.


아이는 난리가 났다.

“엄마가 더 강하게 못 보겠다고 해야지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끊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화살이 모두 내게로 돌아왔다.

결국 어찌어찌해서 첫날은 시험을 보기로 하고 그 다음날은 아이가 직접 담임선생님께 못 보겠다고 말씀드리기로 했다.

그리고 난 끝에 “난 너희 담임선생님 정말 존경하기로 했다. 정식 학생도 아닌데 너에게 하나라도 더 경험하게 하려고 애 쓰시는 걸 봐라. 엄마가 교사였어도 그렇게는 못 할 것 같은데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다. 너 그 선생님  반에 들어간 것 행운 중에 행운이다”

그 불만을 뒤로 하고 오늘 시험을 보고 왔다.

수학만 풀고 나머지는 다 찍고 왔다고 했다.

“잘 했어. 이렇게 시험 보는 것도 네 일생에 다시는 없을 거야.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이니 내일도 문제는 꼭 읽어보고 찍든지 풀든지 그것은 네가 알아서 해” 했다.

갔다 와서도 나한테 엄청 불평을 늘어놓을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