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속으로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김 정아 2006. 2. 20. 04:44

2006년 2월 17일 금요일

성당에 100여권 정도의 새 한국 책이 들어 왔다고 해서 도서관에 올라갔다.
둘러보니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았다.

런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무슨 무슨 思想이나 무슨 무슨 主義가 들어간 책은 이제 도저히 못 읽겠다.
그런 책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읽지 않으면 앞 페이지가 생각 나지도 않고, 한달 두 달 끌다가 결국은 못 읽고 반납하는 경우가 부지기 수다.
그래서 아주 쉽게 풀어 쓴 책이나 생활기 여행기 등 아주 쉬운 책들을 고르게 된다.

 

책장을 보고서 가장 눈에 들어온 책이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이었다.
미국으로 떠나오면서 인터넷으로 책을 여러 권 주문해 가져 온 것 중 한비야의 ‘중국 견문록’이었다.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였고 내 관심의 대상인 중국에 관한 내용이어서 아주 빠른 시간에 그 책을 다 읽었다.
여행가로서의 세계일주를 마치고 국제 구호단체에서 일하고 싶다는 내용을 중국 견문록에서 읽었었는데 그 희망대로 긴급구호 요원으로 분쟁지나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에 가서 식량을 제공하고 식수를 제공하는 요원이 되어 난민을 돕는,  최 일선에서 일하는 내용들을 너무 쉽게 써 놓았다.
 
책 내용 중 내 가슴에 가장 닿았던 것은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 사람 하나하나가 대한민국 대표선수라는 것이었다.
 
세계 일주의 첫 목표를 네팔로 정하고 히말라야 산맥을 걷는데 고산증으로 온몸에서 땀이 나고 탈진한 뒤라 한 발자국도 걸을 수 없게 되었다.
네팔인 안내인이 저자를 등에 업고 100미터쯤 가다 내려 놓고 다시 가서 배낭을 가져 오고를 하루 반 동안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등에 오물을 토해 놓아도 아무 소리 안하고 잘 참았다고 격려해 주고 마을까지 내려 와서 며칠을 쉬다가 그 안내인의 집에 초대를 받았는데 너무나 가난한 살림에도 닭을 잡아주며 여행을 무사히 마치라고 네팔식 기도까지 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네팔 사람만 보면 너무 반가웠고 그들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세계 일주의 첫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한 달에 5만원을 가지고 사는 네팔 노동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이 계란 프라이를 먹고 싶다고 해  집으로 초대해 한판을 부쳐 주었고 명절 때도 어김없이 그들을 초대해 함께 보냈다고 했다.
그 어려웠던 시간에 만난 네팔 안내인을 생각해서 였다고 했다.

 

단 한 사람 때문에 그 나라 사람 전체가 고맙고, 또 한 사람 때문에 그 나라 전체가 미워 질 수 있기 때문에 외국에 나가 있는 대한 민국 사람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말에 백번 공감한다.
그래서 나 또한 내 나라를 욕먹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산다고 생각한다.
 

폭탄이 날아다니고 총성이 빗발치는 위험지역을 자청해서 다니며, 수만의 시체들이 즐비한 쓰나미 현장을 다니며 다시는 그런 곳에 가지 않겠다며 다짐하고도 또 다시 그런 곳을 향해 다니는 그런 열정이 어디서 나오는지 감탄만 했다.

 

20대 한창 젊은 그 나이에 내 열정은 무엇이었던가?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고 싶었던 열정이 내게 있었던 것일까?
내 가슴을 뜨겁게 했던 것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난 그저 무덤덤한 사람 그 자체였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 50에 가까운 사람의 마음이 아직도 뜨겁고 폭발할 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부럽기만 했다.

어느 정치인도 해 내지 못한 민간외교관으로서의 일들을 너무나 훌륭히 해내는 저자가 존경스러워졌다.
아무쪼록 건강해서 앞으로도 훌륭한 일들을 해 내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쉬운 책도 10일 넘게 읽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