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봄 맞이 정원 청소

김 정아 2004. 3. 29. 00:13

봄 맞이 행사를 한다며 남편은 며칠 전부터 정원을

 

새로 꾸며야 된다고 혼자 야단이더니 드디어 부엽

 

토 회사에서 트럭 한 대에 부엽토와 모래를 잔뜩

 

정원에 내려놓고 갔다.

 

나무나 일년초들만 심어 놓으면 될 것 같은데 남편

 

은 정원에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언제 내 말 듣고 산 사람도 아니고 하고 싶은 데

 

  하게 내버려두기로 했다.

 

마당에 가뜩 쌓아 놓은 부엽토를 아이들과 양동이

 

에 담아 나무 밑에 뿌려 놓는데 비는 조금 씩 내리

 

고 비 많이 맞으면 더 무거워 질 까봐, 힘들다는

 

아이들 채근해 가며  그 많은 부엽토를 해치우고

 

금씩 땅이 들어간 곳에 모래를 담아 뿌려두고 세

 

시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일을 했다.

 

혹시 어린아이들 일 시킨다고 누가 신고나 하지 않

 

을까 두리번거리면서.

 

이 미국 땅은 우리 상식과 많이 다른 곳이라서 혹

 

시 어쩌면 그런 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

 

었다.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만.

 

개인주택(여기서는 하우스라 칭함)에 살아도 정원

 

에 관한  일은, 예를 들면 잔디를 깎는다거나 거름

 

을 준다거나 농약을 뿌리거나 나무를 심거나 불개

 

미를 제거한다거나 모두 남편이 해서 아파트에 살

 

때나 지금이나 내가 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

 

하곤 했는데 오늘은 너무 힘들다.

 

미국이란 나라가 엄청나게 자유롭긴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러지 않을 때도 있다.

 

개인 주택의 경우 정원을 예쁘게 꾸며 놓으면 관리

 

소에서 푯말을 꽂아 준다고 한다.

 

저 집이 모범적으로 꾸며 놓았으니 저 집을 본받으

 

라는 의미이고 대충 관리해서 남 보기 좀 초라하면

 

자꾸 압력을 가한다고 한다.

 

미국인의 가정은 집안도 훌륭하게 인테리어를 해

 

놓고 있지만 정원 관리는  철마다 다른 꽂을 심고

 

가꾸어 더욱 치밀하고 예쁘다.

 

지난 영어 학원의 60이 된 선생님은 자기는 집안은

 

청소를 별로 안 하지만 정원 관리는 엄청나게 한다

 

고 했다.

 

사진을 가져 와서 보여 주는 데  정말 예쁘게 관리

 

가 되어 있었다.

 

잔디도 규정 이상으로 자라 있으면  법에 저촉이

 

된다.

 

여름이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깎아 주어야 한

 

.

자기 집 정원의 잔디도 자기 맘대로 못한다.

 

차고 앞에 농구대를 설치했다가 어느 단지에서는

 

경고를 받고 많은 돈 주고 산 것을 치워야 하기도

 

한다.

 

우리 동네는 그 정도로 규제가 심하지 않아 어느

 

집이나 농구대를 설치하고 있다.

 

그리고 집의 벽돌 색깔을 바꾸려고 해도 일단 관리

 

소에 물어야 한다.

 

관리소에 정해진 색깔의 규정을 따라 해야지 그렇

 

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실제로 내가 아는 어느 집의 경우 외벽에 하얀 색

 

으로 페인트칠을 했는데 관리소의 허용된 색깔이

 

아니라서 자꾸 논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500불의 벌금을 내던지 아니면 아이보리 색깔로 바

 

꾸던지 하라고 해서 요즘 피곤해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정원 관리가 다른

 

곳 보다 썩 예쁘거나 훌륭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다

 

행이다.

 

다른 집 들 신경 쓰면 우리라고 가만있지는 못 할

 

텐데 다 그만 그만해서.

 

 

그나저나 우리 남편은 정원에 푯말을 꽂고 싶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