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맞이 행사를 한다며 남편은 며칠 전부터 정원을
새로 꾸며야 된다고 혼자 야단이더니 드디어 부엽
토 회사에서 트럭 한 대에 부엽토와 모래를 잔뜩
정원에 내려놓고 갔다.
나무나 일년초들만 심어 놓으면 될 것 같은데 남편
은 정원에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언제 내 말 듣고 산 사람도 아니고 하고 싶은 데
로 하게 내버려두기로 했다.
마당에 가뜩 쌓아 놓은 부엽토를 아이들과 양동이
에 담아 나무 밑에 뿌려 놓는데 비는 조금 씩 내리
고 비 많이 맞으면 더 무거워 질 까봐, 힘들다는
아이들 채근해 가며 그 많은 부엽토를 해치우고
조금씩 땅이 들어간 곳에 모래를 담아 뿌려두고 세
시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일을 했다.
혹시 어린아이들 일 시킨다고 누가 신고나 하지 않
을까 두리번거리면서.
이 미국 땅은 우리 상식과 많이 다른 곳이라서 혹
시 어쩌면 그런 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
었다.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만.
개인주택(여기서는 하우스라 칭함)에 살아도 정원
에 관한 일은, 예를 들면 잔디를 깎는다거나 거름
을 준다거나 농약을 뿌리거나 나무를 심거나 불개
미를 제거한다거나 모두 남편이 해서 아파트에 살
때나 지금이나 내가 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
하곤 했는데 오늘은 너무 힘들다.
미국이란 나라가 엄청나게 자유롭긴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러지 않을 때도 있다.
개인 주택의 경우 정원을 예쁘게 꾸며 놓으면 관리
소에서 푯말을 꽂아 준다고 한다.
저 집이 모범적으로 꾸며 놓았으니 저 집을 본받으
라는 의미이고 대충 관리해서 남 보기 좀 초라하면
자꾸 압력을 가한다고 한다.
미국인의 가정은 집안도 훌륭하게 인테리어를 해
놓고 있지만 정원 관리는 철마다 다른 꽂을 심고
가꾸어 더욱 치밀하고 예쁘다.
지난 영어 학원의 60이 된 선생님은 자기는 집안은
청소를 별로 안 하지만 정원 관리는 엄청나게 한다
고 했다.
사진을 가져 와서 보여 주는 데 정말 예쁘게 관리
가 되어 있었다.
잔디도 규정 이상으로 자라 있으면 법에 저촉이
된다.
여름이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깎아 주어야 한
다.
자기 집 정원의 잔디도 자기 맘대로 못한다.
차고 앞에 농구대를 설치했다가 어느 단지에서는
경고를 받고 많은 돈 주고 산 것을 치워야 하기도
한다.
우리 동네는 그 정도로 규제가 심하지 않아 어느
집이나 농구대를 설치하고 있다.
그리고 집의 벽돌 색깔을 바꾸려고 해도 일단 관리
소에 물어야 한다.
관리소에 정해진 색깔의 규정을 따라 해야지 그렇
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실제로 내가 아는 어느 집의 경우 외벽에 하얀 색
으로 페인트칠을 했는데 관리소의 허용된 색깔이
아니라서 자꾸 논쟁을 하고 있는 중이다.
500불의 벌금을 내던지 아니면 아이보리 색깔로 바
꾸던지 하라고 해서 요즘 피곤해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정원 관리가 다른
곳 보다 썩 예쁘거나 훌륭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다
행이다.
다른 집 들 신경 쓰면 우리라고 가만있지는 못 할
텐데 다 그만 그만해서.
그나저나 우리 남편은 정원에 푯말을 꽂고 싶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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