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선생님, 저는 나연이 엄마입니다.

김 정아 2006. 1. 14. 00:08

2006년 1월 12일 목요일

 

대한민국의 많은 아빠들처럼 우리 남편도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 못하다.
바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바빠도 남편이 아이들의 일에 대해 꼭 한가지 했던 일이 있다.
바로 일년에 한 번 있는 학교 선생님과의 상담만은 아무리 바빠도 남편이 함께  했었다.
바쁘다는 핑계를 댈 수 없었던 것이 내가 영어가 안 되니 어쩔 수 없이 나와 동행해야 했었다.
그리고 최소한 아빠로서 양심이 있다면 그 정도 일은 해 주어야 자기도 면목이 섰을 것이다.

 

그런데 남편이 한국으로 떠나고 나서 바로 다음 날 학교에서 상담 날짜를 보내왔었다.
이젠 어쩔 수 없이 혼자 가야 한다.
며칠 전부터 마음이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앞집 일본 아줌마 히로미를 만나 이야기하다 학교 상담을 가야 되는데 영어가 안 되어서 걱정된다고 했다.
히로미 말이 그냥 고개만 끄덕이면서 듣고만 있다가 나중에 무슨 질문 있느냐고 물으면 없다고 하고 오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자기는 지금도 그런다고 해 우리는 웃으며 헤어졌다.

 

아이를 태우고 아침 일찍 교실에 가니 MRS. LEWIS 와 MRS. CLARK이 맞아 주었다.
 MRS. LEWIS는 나연이 반 선생님이고 영어와 사회를 가르치고, MRS. CLARK은 옆 반 선생님이고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신다.
두 선생님과 자리를 잡고 앉으니 나연이 성적표를 보이면서 말씀을 해 주신다.

 

특히나 미국 선생님들의 말씀엔 90%이상이 칭찬 일색이다.
아주 많은 책을 읽으며 처음엔 수업시간에 수줍어하며 손을 들지 않다가 요즘은 뭔가 물으면 항상 손을 번쩍번쩍 들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손을 들고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다시 한 번 설명해 달라고 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졌다고 하셨다.
Hand Writing이 너무나 예쁘고 훌륭하다고도 하셨다.
친구 관계에 대해 물었더니 누구하고든 잘 어울리며 나연이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없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나연이를 더 이해하기 위해 요즘 집안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주에 아빠가 한국으로 떠나서 요즘 나연이가 좀 슬플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나연이는 아무 걱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남편이 없어서 당신이 더 힘들겠다는 이야기도 하셨다.
나연이를 훌륭하게 키워서 나에게 고맙다는 말씀도 하셨다.
선생님들의 말씀을 다 믿지는 않아도 나쁜 말씀을 안 하셔서 그래도 다행이다.

 

주어진 1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일어서는데 담임 선생님은 나를 학교 출구까지 배웅해 주시며 나연이에 대해 아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하셨다.
남편이 없어도 한 가지 일을 잘 마치고 돌아왔다.
이렇게 한 걸음씩 혼자서 미국 생활을 해 가면 되는 거구나!

 

*지난 주에 백화점 앞에서 찍었습니다. 4학년인 작은 아이 김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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