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도서관 자원봉사자가 되어.

김 정아 2003. 9. 20. 00:11

9월 12일 금요일

지난주에 도서관 자원봉사자를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고 오늘부터 정식으로 자원봉사를 하게 되는 날이었다.

이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사실 많은 고민을 했었다.

미국 땅을 더 알고싶고, 미국의 교육시스템을 알고 싶고, 내 아이를 위해 자원봉사를 해야겠다는 이성적인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막상 내 감정은 항상 이성의 뒷부분에 머물러 있었다.

‘영어도 못하는데 내가 어떻게....’가 가장 크게 내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어디 영어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단 말인가?

더 이상 머뭇거리다간 기회를 놓치고 한국에 돌아가는 날이 눈앞에 오게 될 것 같아 눈 딱 감고 신청서를 내고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다.

미국의 학교는 수 없이 많은 일에 자원봉사자를 필요로 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다.

식당에도, 사무실에도, 학용품, 팝콘을 파는 일에도, 이벤트를 벌이는 일에도 ,학급의 룸마더도 ,사진 찍는 일도, 과학 보조원도, 책 읽어주는 일도 모두 자원봉사자들이 맡고 있다.

그 많은 일 중 하나는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도 많이 작용했다.

일단 난 영어를 잘 못 한다고 양해를 구하고 일을 시작했다.

내가 하는 시간대에 두 명이 배정되었는데 한 사람이 못 온 모양인지 총 책임자가 나서서 설명을 해 주었다.

이곳은 담임선생님의 인도아래 도서관 가는 날이 일주일에 한번씩으로 정해져 있다.

난 다섯 반을 맡게 되었는데 일년간 하다 보면 아이들 이름을 외우게 되나 보다.

한국 이름도 외우기 힘든데 미국 아이들 이름은 십 년을 한다해도 난 절대로 못 외울 것 같다.

대충 눈치로 감을 잡고 바코드를 읽고, 책 내주고, 돌아온 책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나연이 반이 들어온다.

아이는 너무나 좋아서 우리 엄마라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담임 선생님도 여기서 만나게 되어 반갑다고 인사를 건넨다.

마침 나연이 도서관 오는 날이 내가 학교를 가지 않은 날이라서 더 쉽게 결정을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이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봉사자가 된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연이 반도 교실로 돌아가고 혼자서 대충 대출과 반납을 하게 되었는데 정말 괴로운 것은 아이들이 내게 와서 뭔가를 묻는 것이다.

첫날이라 도서관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슨 책이 어디에 있는지 아무 것도 모르는 데다 아이들의 질문 내용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아 허둥거려야 했다.

내가 영어를 모른다고 하면 어른들은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주려 노력하는데 아이들에게는 그만한 능력이 없다.

그래서 자꾸 총책임자만 찾게 되고 그것이 미안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하다 보면 언젠가 대충 아이들의 질문 내용도 알아지는 날이 있겠지!

내 손으로 아이들의 질문을 해결해 주는 날도 오겠지! 라고 스스로 자부해 본다.

이렇게 해서 나의 주중의 하루하루도 여타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만큼 바빠지게 되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영어를 배우는 학생으로, 금요일은 도서관 자원봉사자로 .

 

*도서관 각각의 모습을 찍었습니다. 우리 나라 보통 교실 2개 반 정도 합친 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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