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나의 친구들에 대해.

김 정아 2003. 9. 25. 04:32

9월 17일 수요일

지난 일요일 집안에 벌레 약을 뿌리게 되었다.

카펫과 나무로 이루어진 집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소독을 해 주어야 한다.

남편은 집안부터 소독을 시작했는데 안, 밖을 다 하기엔 성당 가는 시간에 늦을 것 같았다.

남편을 도와야 될 것 같아 잔디밭은 내가 하겠다며 약을 쳤는데 시작하자마자 불개미에 왼쪽 다리를 네 군데나 물렸다.

그날은 괜찮았는데 하루가 지나니 발끝부터 무릎까지 붓기 시작하더니 독이 몸으로 퍼지면서 허벅지까지 부어 걷기조차 힘들어졌다.

거기에 왼손가락 한 군데를 물려 왼쪽 팔조차 뻐근했다.

기분도 나쁘고 몸 상태도 나빠 점심 먹으러 오라는 친구 집에도 가지 못했다.

불개미에 물렸다는 소리를 듣고 나의 친구들이 문병을 와 주어 내 일처럼 걱정을 해 준다.

나는 이 곳에 와 이런 친구들을 만난 걸 최대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남편에게 받는 스트레스도 이들의 위안 아래 말끔히 씻어지기도 한다.

오늘은 소중한 내 친구들에 대해 정리를 좀 해 봐야겠다.


김선아(34세):
한국에서 고전 무용을 전공했고 우리 성당에서 빠질 수 없는 재원.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에 항상 선아의 무용이 빠지지 않는다.
아이가 둘이나 되는 나이에도 춤추는 모습이 너무나 유연하고 아름다워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나를 위해 묵주기도 35단을 바쳐 주었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나 감동했다.
두 딸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한 번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인내심이 많고 항상 웃는 인상이라 예쁘고 학교에서도 외국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선생님이 가장 사랑하는 제자이기도 하다. 남편은 의학 통계학 박사다.


장유진(36세)
너무나 예의바르고, 정직하고, 성실하고, 거짓 없고, 남과의 약속은 죽어도 지킨다. 남에게 뭔가를 꼭 나누어주고 싶어한다.
피아노 연주도 프로 급이다.
언젠가 금요일에 영화를 보기 위해 만났는데 좀 불안정해 보여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더니 오후에 집에 손님이 많이 온다고 했다.
그렇게 바쁜데 나오지 말지 그랬냐고 했더니 약속했는데 어떻게 번복하느냐고 해 유진의 사람됨을 알아보았다.
몸이 너무 허약해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아 걱정이다. 남편은 엔지니어링 박사다.


김태희(36세)
만물박사다. 그 많은 것을 어떻게 머릿속에 담고 다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생활 전반에 관해 무엇을 물어봐도 막힘이 없다.
태희의 말이 끝나면 우리는 언제나 “그런 것도 알아? 도대체 너는 모르는 게 뭐냐?”한다.
딱 한가지 백태가 왜 끼는지 물었을 때 “모르겠네”라고 답했을 때 우리는 너무나 신났다.
“너도 모르는 게 다 있냐? 오늘 집에 가서 인터넷 찾아서 내일 알려줘”했는데 아직 안 물어 보고 있었네.
미적인 감각도 뛰어나고 서구적인 얼굴이라 어떤 사람은 태희가 무명 탤런트 인줄 알았다고 한다. 남편은 삼성그룹 휴스턴 지점장이다.


김정아(39세)
첫 인상이 너무나 깐깐해 보인다. 그다지 친해지고 싶지 않다.
일년 반이 지났는데 영어도 잘 못한다.마음에 없는 빈말은 절대로 안 한다.
때로는 립 서비스가 필요할 때도 있는데 .
내가 시어머니라면 이런 며느리가 그다지 예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어느 때든 정도를 지키며 살려고 노력한다. 남편은 현대그룹 휴스턴 지점장이다.



이현희(44세).
만나면 안 웃을 수 가 없다. 개그우먼이다.
그냥 앉아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을 움직여 가며 쇼를 해준다.
우울하다가도 만나면 즐거워서 손뼉을 쳐가며 배를 잡아야 한다. 집에 갈 때는 기분이 좋아져서 돌아가게 된다.
참 좋은 재주를 가졌다.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처음 만나서 뷔페에 갔을 때 미국 사람들이 자꾸 쳐다봤다.
지금은 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걸 보니 우리가 많이 적응했나 보다.
예전에 보스턴에서 2-3년 산 경험도 있다. 남편은 엘지 그룹 휴스턴 지점장

이상 다섯 명은 성인 영어반에서 같이 공부하는 멤버들이다.
일년을 만났는데 한 번도 서로간에 오해가 없었고 우리 사이에 하는 말이 밖으로 새어 나간 적도 없다.

하긴 우리가 만나서 남의 험담을 하거나 단점을 말 한 적이 없으니 가능할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가득해서 일 것이다.

그리고 성당에서 만나 기쁨과 슬픔을 같이 나누는 사람도 있다.

김영란(44세)
휴스턴 唯一의 한국 아이들을 위한 종합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님이다.
성당 예비자 교육을 받으며 알게 되었고 세례동기이기도 하다.
우아하고 기품 있고 세련된 모습이어서 처음엔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올곧고 넓은 마음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이 부부의 사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고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사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미혼 시절 나도 이 부부처럼 살고 싶었다. 지금도 여전히 나의 꿈이다.
남편은 부원장님이고 한국에서 잘 나가는 건축가였다.

휴스턴에서 이런 친구들을 갖게 되 너무나 기쁘다.

*위 사진은 제 생일 때 찍은 사진입니다.햇빛이 너무 강해 눈을 감았네요.

아래사진은 현희언니 집에서 성인 영어반 개학 다음날 점심먹으며 찍었습니다.
오른쪽부터 타이완의 이슌, 그 다음은 저,선아, 태희,타이완의 실비아. 유진, 뒷줄 하얀옷은 태국의 완타니, 일본의 구미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