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이빨 천사가 왔다 간 날.

김 정아 2003. 4. 17. 04:02

4월 15일 화요일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이가 빠지면 대부분 이빨 천사가 다녀가게 된다.

빠진 이를 베개 속에 넣고 자면, 잠든 사이에 이빨 천사가 이를 가져가고 대신에 1불이나 2불씩을 베개 속에 넣어주고 간다.

당연히 이빨 천사 역할은 부모다.

꿈 많고 아직 순진한 아이들은 산타클로스처럼 이 세상에 이빨 천사가 존재하는 줄 알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빨 천사에게 편지도 쓰고, 이 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혹시 이가 학교에서 빠졌다면 학교 nurse가 조그만 상자에 넣어서 이빨 천사에게 갖다 주라고 소중하게 건네준다.

5학년 큰 아이는 tooth fairy의 존재를 믿기엔 너무 커 버렸고, 미국까지 왔는데 작은아이에게는 조그만 추억이라도 심어주고 싶었다.

작년에 이가 빠졌을 때는 그럴만한 정신적 여유가 없어 그냥 지나갔는데 언제부턴가 앞니가 흔들렸다.

tooth fairy 이야기를 해주니 "왜 나한테는 tooth fairy가 안 와요?"한다.

"우리가 너무나 먼 한국에서 왔기 때문에 이빨천사가 우리 집을 못 찾았나봐. 1년 되었으니까 이제 tooth fairy도 우리 집 알겠지? 그리고 우리 기도하자. tooth fairy가 우리 집 잘 찾아오도록"

그리고 즐겁게(?)이를 뺐다.

딸아이는 너무나 들뜬 마음으로 편지를 쓰고 (한글보다 영어 작문을 더 잘한다)옆에 작은 베개를 하나 놓고 그 속에 편지와 이를 소중하게 넣어 두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너무나 흥분된 큰 목소리로 환호성을 지른다.

"엄마! tooth fairy 왔다 갔어요!. 1불 주고 갔어요!"하며 우리 방으로 뛰어 들어온다.

지금처럼 순진하고 맑은 영혼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아이의 밝은 얼굴을 보며 우리 부부도 의미심장한 웃음을 주고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