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미국의 공립 학교에서는.....

김 정아 2003. 4. 15. 03:07

4월 11일 금요일

아이들 학교의 carnival이 있는 날이었다.

아마도 내 생각엔 학교의 여러 가지 행사 중 가장 큰 일이 아닌가 싶다.

미국의 공립학교 실정이 물론 한국 공교육의 재정보다는 훨씬 낫긴 해도 사립보다 떨어지는 것은 명확한 현실이다.

더구나 우리 지역의 학교들은 학교 평가에서 가장 우수한 그룹에 속하는 편이어서 해마다 전학 오는 학생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경제 대국 미국의 학생들이 가건물 교실에서 공부하는 믿지 못할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재정도가 빈약한 지라 여러 가지 행사를 통해서 자체 기금을 마련하는 일이 많은데 오늘 축제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차가 이미 주차장을 꽉 매워 동네를 몇 바퀴를 돌아 간신히 차를 세우고 학교로 들어가니 높은 음악소리에, 하늘을 향해 치솟은 풍선들이 마음마저 경쾌하게 해 준다.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놀이 기구나 시설을 만들어 놓고 이용할 때마다 티켓1장에서부터 10장까지 받고 있었다.

이전에 10$어치 사 놓은 티켓을 둘이 나누어 가지고 가더니 순식간에 다 써버리고 와서 또 사달라고 한다.

그리고는 왁자지껄 요란한 속을 비집고 다니면서 신나게 논다.

난 따라다니기도 힘에 부쳐 의자가 줄지어 놓여 있는 체육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잠시 후에 교장 선생님과 학교 관계자 몇 사람이 의자가 놓여 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교장선생님은 언제 보아도 정말 미모가 돋보이고 우아하고 30대 후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젊은 ,나의 고정관념을 깨버리는 사람이었다.

잠시 후 옆에 스텝이 마이크로 뭐라고 이야기를 하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빈 의자가 없을 만큼 붐비기 시작했다.

뭐를 하려는 건가? 주위를 살펴보니 모두 손에 종이 한 뭉큼씩을 들고 앉아 있는 것이다.

저게 뭐지? 왜 나는 없지? 저걸 어디서 받았지? 하는데 순간 뭔가 경매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상한 목걸이를 들더니 그 우아한 교장선생님의 말이 경박한 말투로 바뀌는 것이다.

정말 경매장의 진행자처럼 익숙한 몸짓이다.
작년에도 해 봐서 그럴까?

20$부터 시작한 액수가 점차 커져가더니 누군가에게 낙찰이 되었다.

그러더니 정말 본격적인 경매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1년간 정성 들여 만든 프로젝트들을 경매하기 시작했다.

1학년 아이들이 만든 쿠키 항아리, 특히 나연이반 것은 나연이 사인도 있어서 정말 갖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큰아이, 5학년 아이들이 만든 체스트장도 프로의 손놀림이 들어간 것처럼 우아해 무척 탐이 났었다.

그런 것들이 경매가가 높아지면서 300$불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방인인 나로서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축제를 위해 학년 별로 기부를 받았었다.

1학년은 바비 인형이나 완구류, 그리고 5학년은 C.D나 컴팩트 디스크, 게임보이나 팩들.

각 학년마다 저마다 다른 목록으로 수집을 했었는데 그것들을 예쁘게 포장해서 경매품으로 내 놓기도 했다.

많은 학부형들이 욕심을 내서 흥분하며 경매에 참여했고, 나는 흥미로운 눈길로 그들을 지켜보았다.

물론 그 이익금은 학교의 발전기금으로 쓰여 질 것이다.

우리 나라 학교와는 달리 여러 행사를 통해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모습으로 재정을 확충해 가는 그들의 열정이 놀라웠다.

그러는 사이 밖에서는 고등학교에서 초대받은 밴드 단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멋지게 연주를 시작했다.

깜깜한 어둠과 가로등 빛들과 상쾌한 연주가 참 잘 어울렸다.

미국 학교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