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15년만에 담근 김치

김 정아 2024. 4. 29. 05:35

2024년 4월 28일 일요일

남편의 식성은 초식동물과이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입맛에 있는 김치만 있으면 위가 없는 상태에서도 밥을 만족스럽게 먹는다.

 

아이들 어려서는 주로 남편이 김치를 담그었다.

난 옆에서 보조해 주기만 하고 남편이 배추 한 박스를 사다가 간을 해 놓고 새벽에도 수시로 일어나 숨 죽인 배추를 뒤집어 놓고 김치에 들어가는 주재료들을 다듬고 씻고 썰고 다 한다.

나는 그 옆에서 고추가루를 풀어서 양념을 해주면 아이들과 배추에 속을 넣어 버무린다.

 

그러던 것을 내가 가게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둘다 김치를 만들어 먹자라는 소리는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맛이 없어도 사 먹게 되고 언젠가부터 남편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찾게 되어 그 집에서 김치를 주문해서 먹었다.

그런데 이 집은 썰어서 담는 막김치는 자주 담그는데 포기 김치는 아주 오랜만에 한다.

남편은  막김치를 먹지 않고 포기 김치를 잘라서 밥상에 놓아 주어야 먹으니 그 집의 포기 김치를 기다리다보면 김치 없는 밥을 먹게 된다.

그 집에 계속 물어봐도 아직은 포기 김치를 담글 계획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 내가 한 포기만 해야겠다 생각하고 어제 남편한테 배추 한통하고 이것 저것 김치 담글 것을 사다 놓으라고 부탁을 하고 가게에 나왔다.

 

어제 집에 가서 그 깟 한통을 사분의 일로 잘라 간을 하고 오늘 아침에 성당에 다녀와서  김치 한 통을 담그었다.

그런데 해 보니 한 통을 담그나, 여러 통을 담그나 고된 노력이 들어가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다시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이 노력을 하느니 앞으로는 사 먹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양념을 많이 해서 다음 번에 한통 담글 것을 봉지에 넣어 냉동실에 두었다.

그깟 한 통도 담그고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 다 하고 나서 가게로 출근을 했으니 오늘 나의 하루도 길다.

 

 

 

*배추 한 통이 꽤 큽니다.사분의 일로 잘라 소금물을 뿌리고 하룻 밤을 재웠습니다.

 

*양념양이 많아 한 포기 더 할수 있을 것 같아 냉동실에 넣었습니다.

 

*한 통에 세 쪽, 다른 한 쪽엔 한 쪽이 들어갔습니다.

 

*풋 배추 다섯 단을 사서 버무렸습니다.

남편이 맛있게 먹어 주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