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8일 일요일
우리 집에는 2주에 한 번 청소 하는 아줌마가 온다.
멕시코 사람인데 우리 집에서 일한 지 7,8년은 족히 된 듯하다.
일 하는 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가장 큰 장점은 손을 안 탄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베르타는 한국의 포장 이삿짐 직원도 아닌데 내가 하고 나온 그대로 일을 한다.
젖은 수건이 바닥에 있으면 세탁실 안에라도 두어야 하는데 그냥 그대로 놔두고, 옷 걸이가 방에 떨어져있으면 옷장에라도 걸어두면 좋으련만 그대로 방에 놔둔다.
심지어 냅킨이 의자 위에 있으면 그까짓 것 하나 휴지통에 넣으면 되는데 그대로 놔둔다.
청소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개운한 맛이 없다.
정리정돈을 안 하고 그냥 쓸고 닦기만 하니 락스 냄새가 나는 걸로 나는 잊고 있다가 퇴근하고 돌아와 '어 오늘 청소 아줌마 왔다 갔지'한다.
그러나 뭐 하나 작은 것이라도 없어 진 적이 없어 집 열쇠를 주고 믿고 맡기는 편이다.
성실하고 착하고 꼼수 부리는 일이 없고 종종걸음으로 오가며 부지런히 일하니, 내가 평소에 잘 못 하는 계단청소라던지, 2층의 아이들 방 ,화장실이라도 해주니 그냥 만족하고 산다.
그런데 이 베르타가 왔다 가면 뭐 하나 찾으려면 난 온통 서랍들을 다 뒤져야 한다.
뭐든 다 서랍장 속에 집어 넣는데 두서 없이 막 섞어서 집어 넣어버리니 도마 찾아 삼만리, 가위찾아 삼만리, 국자 찾아 삼만리를 매번 해야 한다.
오늘은 고추장 양념장을 찾느라 냉장고와 냉동실을 뒤지고 온갖 서랍들을 뒤져도 양념장이 안 나온다.
친구가 고추장을 기본으로 하는 양념장 한 통을 만들어 주었다.
음식 하는 것을 너무 무서워 하는데 그 하나가 있어 나는 아주 편하게 음식을 해 먹고 있다.
보통 남편의 오이 무침용으로 쓰고 낙지볶음이나 비빔밥 양념으로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다.
오늘은 남은 나물에 그 양념을 넣어 비빔밥을 하려고 그 양념을 찾는데 온갖 곳을 찾아도 나오지를 않는다.
설마 서랍장에 넣지는 않았겠지 하면서 온갖 서랍을 다 열어보고, 차고에 있는 냉장고까지 뒤져도 안 나와서 대충 고추장을 넣어서 먹다가 너무 맛이 없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찾아 보니 빈통이 아래 서랍에서 나오는 것이다.
베르타가 그 양념을 버리고 씻어 놓은 것이다.
평소엔 냅킨 하나를 안 버리는 사람이 왠일로 그 양념장을 씻어 놓은 지 알 수가 없다.
한국인 집 청소도 몇 집을 하고 있어 그런 소스 정도는 알고 있을텐데 베르타가 오늘 너무 부지런을 떨었나 보다.
그나저나 양념장이 너무 아까워 죽겠다.
*아껴서 먹는 양념장인데 저렇게 깨끗하게 씼어져 있습니다.
베르타 왜 그랬어? ㅠㅠ
너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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