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싱그러운 초록이들

김 정아 2024. 1. 21. 06:57

2024년 1월 18일 목요일

 

오늘 좀 날이 풀린 듯 해 동네 세 바퀴를 돌며 만보 걷기를 했다.

동네를 걷다 보니 얼굴도 모르는 이웃들인데 그 이웃들의 성격이 좀 보이는 듯 하다.

휴스턴은 지난 3일 동안 영하로 떨어져 많은 학교들이 문을 닫고 기업들도 재택근무를 하라고 했는 지 도로에 차가 없을 정도였다.

강력한 한파 예고가 있어 집집마다 앞마당에 있는 식물들을 천이나 비닐로 뒤집어 씌우면서 월동준비를 했다.

내 집에서 보이는 앞집 옆집들도 든든하게 화단을 뒤집어 씌어 놓아서 모든 이웃들이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런데 돌다보니 앞 마당에 비닐 하나도 안 보이는 집들이 있었는데 ,그 집들의 작은 식물들은 윤기를 잃고 추위에 죽어가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fox tail들은 추위에 약해 월동하기 쉽지 않은데 누렇게 죽어 있는 모습이 아주 안타까웠다.

어느 집들은 큰 나무 밑에 수건을 감아 뿌리에 냉기가 돌지 않도록 단도리를 해 놓은 집들도 있었다.

그런 것들을 보니 어느 정도 주인의 성격이 보이는 것 같다.

세상엔 수많은 성격의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식물을 감싸지 않았다고 나쁜 사람들은 아닐 것이긴 해도 조금의 성의가 있다면 어느 정도 돈은 절약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 보았다.

 

*우리 집도 마당의 나무들을 검정 봉지로 감싸 놓으면서 이제 할 일 다 했다 싶었는데 마지막에 화단에 심어 놓은 fox tail을 깜빡하고 있었더라고요.

마지막 순간에 남편과 무거운 나무 화단을 집안에 들여 놓았어요.

저걸 들여 놓으면서 걱정을 좀 했어요.

플로리다 어느 집에 여름이 되니 새끼뱀이 막 나와서 집안을 기어다니더래요.

깜짝 놀라 생각해보니 겨울에 들여놓은 큰 화분이 생각이 났더래요.

 그 화분에 알을 까 놓았는데 그것들이 부화해서 그랬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제 눈으로 저 팍스 테일 화분 속까지 안 보이니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 화단을 들여놓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깜빡 잊었다면 정성스레 길러온 것들이 추위에 얼어 죽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푸르게 있어주니 좋습니다.

날이 좀 풀리면 다시 밖에 내 놓아야지요.

 

 

*제일 왼쪽 떡갈 고무나무는 우리 구역 동생을 주려고 사서 키우고 있습니다.

제가 뿌리 내리고 있는 작은 가지 잘 키워서 주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작은 나무 언제 키우냐고 귀여운 투정을 해서 한 그루를 그 동생 몫으로 사왔습니다.

이쁜 화분에 분갈이해서 구역 모임하는 날에 갖다 주려고 합니다.

날이 추우니 식물들도 더디 자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