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이 웨딩드레스를 어쩌란 말이냐!

김 정아 2023. 7. 29. 06:38

2023년 7월 28일 금요일

 

나연이의 결혼식을 마친 웨딩드레스는 어찌나 열심히 춤을 추고 놀았는지 밑단이 아주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한국처럼 빌려 입는 드레스가 아니고 우리가 돈을 주고 맞춘 것이기 때문에 어디에 반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하튼 보관을 해도 드라이크리닝은 한 번 해야 하기 때문에 다니던 세탁소에 가서 비용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자그마치 300불이라고 한다.

헉! 300불?

만약 세탁소가 지구상 하나라면 300불이 아니라 3천불이라고 해도 망설임 없이 맡겼을 것이지만 도처에 세탁소가 있는데 다른 데 가서 가격이나 물어보자 하며 드레스를 차에 싣고 다녔다.

그러고서 거의 한 달 간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다른 곳에 가는 것도 귀찮아서 다니던 곳에 다시 가서 세탁을 해 달라고 해서 맡겨 놓고 그기억도 잊어 버려서 간신히 오늘에야 찾아 왔다.

 

합리를 따지는 나라에서 왜 졸업 가운이나 웨딩드레스를 빌리는 문화가 없는 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아이들의 고등학교 졸업가운, 대학 가운, 대학원 졸업 가운까지 우리 집에 6개나 되는 졸업가운들이 처치 곤란으로 옷장에서 잠 자고 있다.

 

이 드레스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드레스를 맞추어 놓고도 길이를 자르느라 수선비가 거의 500불이 들었고 세탁비가 320불이 들었으니 이 드레스 하나에 거의 4500불 정도 들어갔다.

세탁을 해서 나연이 옷 방에 걸어 두었지만 이것을 어찌하지?

내 혼자 생각엔 우리 예쁜 예비 며느리가 입었으면 좋겠는데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진 못하겠다.

일생에 가장 중요한 날에 입는 드레스를 우리 '에어리얼'도 자기 맘에 드는 걸로 입고 싶을 테니까.

그렇다고 나연이 딸에게 물려준다는 것도 가능치 않은 일이다.

그 때 유행이 있을테고 20-30 년 후에는 저 드레스의 색도 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 

그렇다고 저것을 팔 수도 없는 일이고 두고 두고 짐이 되는 일은 아닐까 싶다.

매년 저것을 입고 리마인드 웨딩 사진을 찍으라고 할까? 그것도 현실 가능한 일은 아니다.

내 것도 아닌데 아, 머리 아프다.

 

* 앞 모습입니다.

*뒷 모습인데 워낙 길다보니 치마 끝은 주름이 질 수 밖에 없네요.

'두 아이의 미국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이 다니러 왔다  (44) 2023.09.11
용돈을 받는 날이 다 오네!  (42) 2023.08.26
한 걱정을 덜다  (18) 2023.07.02
Lubbock으로 이사  (24) 2023.06.05
샌 안토니오 River Walk 에서  (8) 2023.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