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아들이 다니러 왔다

김 정아 2023. 9. 11. 05:55

2023년 9월 10일 일요일
 
큰아이는 이번 일주일이 리서치 기간이다.
이번에 옮긴 플로리다 대학에서는 1년에 12주의 리서치 기간과 별도의 휴가기간이 주어지는데 첫 리서치 1주간이 시작되어 집에서 2박 3일 정도 보내고 켈리포니아에 가서 컨퍼런스에 참가하고 다시 플로리다로 돌아간다.
이 플로리다 대학에서 레지던트를 마치려면 2개의 논문을 써야 하는데 이미 논문 한 개는 작년에 다 썼고 나머지 한 개는 쉬엄쉬엄 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난 이 아이를 볼때마다 마음이 참 안 좋다.
미국 전역에 32개 밖에 없는 수의대를 들어가기 위해 무척 노력했고, 졸업을 하고 다른 동기들은 다 동물 병원에 직장을 얻어 적지 않은 연봉을 받으며 삶을 즐기는 데 아이는 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아 인턴 과정 3년을 마쳤고 레지던트 3년 과정을 더 가고 있다.
레지던트 과정까지 들어가기까지는 무한경쟁을 뚫어야했고 지금 피라미드 최정상에 서 있다.
무지막지한 경쟁을 뚫고 레지던트가 되었지만 딸의 레지던트하고는 연봉이 참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서 "너 수의사 말고 지금이라도 일반 의대 가면 어때?"하고 실없는 농담을 해 봤는데
"엄마 ,내가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또 고생을 하라고? 그리고 난 동물들 다루고 치료하는 게 더 좋아.난 수의학회에 최고의 종양외과 의사가 될거야"한다.
그런 뚝심이 있었으니 수의대를 졸업하고 지금 6년째 박봉에 시달리며 이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만족하며 살고 있으니 나의 아쉬운 마음은 접어야 될 것 같다.
 
깔끔한 아이는 어제 와서 집안을 닦고 쓸고 있다.
화장실 청소는 물론이고 부엌의 싱크대 서랍의 손잡이까지 닦고  2층 올라가는 계단까지 닦고 있다.
나는 " 네 집에서도 닦고 쓸고 할텐데 엄마 집에 와서는 하지 말고 그냥 쉬었다 가" 한다.
마치 친정에 다니러 온 딸에게 할 듯한 말을 아들에게 하고 있다.
아이는 인턴 시절에 친하게 지냈던 인턴메이트를 방문한다고 지금 다른 도시에 가서 저녁을 먹고 돌아온다고 했다.
 
 
*왼쪽 화단에 다년초인 유리포스(?)를 심었는데 휴스턴의 무지막한 더위와  가뭄에 다 말라버렸어요.
하루에 한 번씩 물을 주었는데 그것으로도 부족했었나 봐요.
나중엔 저도 지쳐서 물 주기를 포기했어요.
아이가 온 김에 화원에 가서 국화 네 화분을 사다가 심었습니다.
휴스턴이 아직도 더워 이 국화들도 하루에 한 번 물을 주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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