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아버지 없는 날의 아버지 날에

김 정아 2022. 6. 21. 11:27

2022년 6월 19일 일요일

큰 아이는 한 참 전에 휴스턴 오는 비행기표를 끊어 놓고 있었다.

 

아버지 날에 맟추어 휴스턴에 와서 아빠와  하루를 보내고 켈리포니아로 돌아가는 일정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남편의 스케줄도 바뀌어 1주 전에 한국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래서 아빠도 없으니 굳이 힘들게 오지 말고 다음에 오라고 했더니 어차피 비행기 표를 끊었으니 아빠 선물 갖고 가고 엄마랑 놀고 오면 된다고 해서 아이는 2박 3일을 집에서 지내다가 어제 켈리포니아로 다시 돌아갔다.

 

우리 아이들은 기특하게도 일년에 4번의 기념일은 꼭 챙기며 우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어머니 날, 아버지 날, 내 생일, 남편 생일은 꼭 챙겨주니 어려서부터 세뇌시킨 덕이다. 

 

아이는 이제 바쁘게 켈리포니아 생활을 정리해야 한다.

 

3년간의 인턴을 끝내고 이제 7월 중순부터  레지던트 3년을 미네소타에서 하게 되었다.

 

수의대를 같이 졸업한 많은 친구들은 적지 않은 월급을 받으며 가끔 호화로운 여행도 하면서 나름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는 여전히 돈과 시간과의 싸움을 하며 힘들게 살고 있다.

 

작년 인턴 생활은 몸과 마음이 피폐해질만큼 너무나 고된 노동에 시달렸는데 올해는 일주일에 5일만 일을 하게 되어 그나마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어 그 와중에 간이 논문 4편을 썼다.

 

그리고 다른 병원 응급실에서 하루 일을 하고 1700불을 받았는데 그 사이 몸 값이 올라 요새는 일당이 2200불이다.

 

난 농담으로 그런다. 하루 2200불 받게 만든 것은 다 엄마 덕이라고...

 

그런데 이제 미네소타에서는 과외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하니 짭짤한 수입이 없어져 다시 경제난에 허덕일 것 같다.

 

지금 힘들어도 난 아이가 이 길을 가고 있는 것이 너무나 흐뭇하다.

 

경제적 유혹에 빠질만도 한데 수 없이 마음을 다 잡으며 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난 아이의 최종의 꿈을 열렬히 응원한다.

 

아이의 최종의 목표는 수의대 학생들이 쓸 교재를 자기 이름으로 내는 것이라고 했다.

 

아이가 생활에 허덕여 그 꿈을 잠시나마 잊고 멀어지더라도  난 그 옆에서 다독이며 그 꿈을 이루도록 끝까지 응원할 것이다.

 

 

*남편이 한국 출장을 가고 난 후 저는 '냉장고 파 먹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식재료들이 쌓여 있어 외식하지 않고 식재료 사지 않고 3주를 사는 것이었는데 아이가 오니 쉽지 않더군요.

오랫만에 마켓에 갔는데 한국 참외가 저렇게 나와 있었어요. 저 마켓에서는 한국 배도 파는데 한국 참외를 보니 반가웠어요.

하나라도 살까 하다 긴급한 식재료가 아니어 그냥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