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일 금요일
어느날 가게에 있는데 원석이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 밀가루 어디 있어?"
" 갑자기 밀가루는 왜 찾아?"
"뭐 좀 하려고" 해서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주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 날 저녁에 집에 가서 보니 개스랜지 위에 칼국수가 끓여져 있었다.
난 오늘 아이들이 한국 마트에 갔다 왔나? 하고 무슨 표 칼국수인지 물어 봤다.
그랬더니 아들 하는 말에 기절할 뻔 했다.
"엄마, 원석이표 칼국수지 무슨 표야?" 하는 것이다.
자세히 물어보니 칼국수를 나연이하고 자기가 끓였다는 것이다.
밀가루를 반죽해서 밀어서 칼로 잘라서 넣고 멸치다시를 내고 호박에 감자에 버섯까지 넣고 매운 고추까지 넣고 정말 그럴 듯하게 만들어서 먹은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칼국수를 내 손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해 보았고, 앞으로도 내 손으로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런데 어쩜 프로처럼 그렇게 만들어서 먹었는지 난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가게 일을 하면서 이제는 내가 밥을 안 해도 된다는 암묵적인 계약이 우리 가족들 사이에 이루어져서 난 요즘 거의 밥을 안 한다.
그래서 아이들 손에 밥을 얻어 먹고 있다.
원석이 어느 날은 된장찌게를 맛있게 끓여 놓고, 어느 날은 김치찌게를 맛있게 끓여 놓고, 나연이는 닭가슴살에 아몬드와 뭘 갈아서 그것을 입혀 오븐에 구워 놓기도 했다.
정말 가게를 하면서 제일 좋은 것은 밥을 안 해도 아무도 나한테 밥 하라는 소리를 안 하는 것인데 내가 안 하니 아이들이 이렇게 스스로 알아서 먹으니 참 좋다.
정말 음식하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나를, 닮지 않은 아이들이 있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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